이해찬 "피해 호소 여성 아픔에 위로"…`버럭` 사흘 만 사과는 했는데(종합2)

이성기 기자I 2020.07.13 18:05:48

몸낮춘 민주당, `미투` 논란 확산할까 노심초사
통합당, 부동산 실책에 여당 때리기로 지지층 결집
기자협회 "공인으로 부적절한 처사" 이 대표 결자해지 촉구

[이데일리 이성기 김겨레 권오석 기자]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백선엽 장군(예비역 육군 대장)의 빈소 조문을 둘러싸고 정치권에서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미투` 논란이 확산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반면, 미래통합당은 잇따른 부동산 실책에 이어 여당 때리기 기회로 삼으면서 보수 성향 지지층 결집에 나선 모양새다. 일부 의원의 박 시장 조문 거부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인 정의당은 일부 당원들의 항의성 탈당과 이에 맞선 탈당 거부 운동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위전략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몸 낮춘 민주당…이해찬 “피해 호소 여성 아픔 위로” 공식 사과

지난 10일 박 시장의 빈소에서 성추행 의혹을 묻는 취재진에 버럭 화를 냈던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3일 한껏 몸을 낮췄다. 잇따른 성추문 사태에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다` `피해 호소에는 무심하다`는 등 시민사회단체들의 냉담한 시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씨 장례를 5일장, 서울시장(葬)으로 하는 것을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55만명(전날 오후 10시 기준) 이상의 국민이 동의하는 등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이 대표는 이날 당 고위전략회의에서 “예기치 못한 일로 시정에 공백이 생긴 점에 책임을 통감한다. 피해 호소 여성의 아픔에 위로를 표하고 이런 상황에 이른 것에 사과한다”고 말했다고 강훈식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빈소에서 취재진에게 “예의가 아니다”며 격노한 데 이어 욕설 파문까지 휩싸인지 사흘 만이다.

이 대표는 또 “이런 것(성추행)에 연루된 광역 단체장이 있었던 부분에 대해서 기강 해이를 잡아야겠다”고도 언급했지만 직접 사과할 계획은 없다고 강 수석대변인은 설명했다.

앞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고소인에 대한 도 넘은 공격과 비난은 멈춰야 한다. 제가 아는 박 시장이라면 (그것을)간절히 원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 김해영 최고위원은 한 발 더 나아가 공식적인 사과를 처음 언급했다.

김 최고위원은 “수도인 서울이 전혀 예상치 못하게 권한대행 체제로 돌입하게 돼 당의 일원으로서 서울시민과 국민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당 소속 고위 공직자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당 차원의 깊은 성찰과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합당은 박 시장의 영결식 이후 성추행 의혹 진상 규명에 동참하라며 민주당을 향한 공세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를 마치고 취재진에 “영결식이 끝나면 피해자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통합당은 오는 20일로 예정된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과 함께 이번 사건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사실관계를 집중적으로 캐물을 방침이다.

언론단체도 비판에 가세했다.

한국기자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고인과 40년 지기로 우정을 쌓아 왔다고 한 만큼 이 대표의 슬픔이 클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면서도 “집권당을 대표하는 공인으로 사적 감정을 개입시켜 과격한 언행으로 대응하는 것은 분명 적절치 못한 처사였다”고 이 대표의 사과를 촉구했다. 아울러 당 대표의 잘못에 수석대변인이 사과를 한 것은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 있어 이 대표가 결지해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세 고삐 죄는 통합당, 진보당은 내홍에 진통

통합당은 고 백 장군 대전현충원 안장 논란과 관련, 고인의 공로를 인정해 서울현충원에 장지를 마련해야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6·25 전쟁의 백척간두에 선 나라를 구출하는데 혁혁한 공로를 세운 분”이라며 “장지를 놓고 정치권이 이렇다 저렇다 얘기하는 것을 보고 과연 우리나라가 정상적인 나라인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의 빈소는 찾지 않은 통합당 지도부는 전날 백 장군 빈소 조문을 마친 뒤 “박 시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해선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는 바”라면서도 “그 밖에 사항은 건전한 상식으로 판단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류호정·장혜영 의원의 박 시장 조문 거부 논란을 계기로 정의당은 때아닌 내홍에 휩싸였다. 일부 당원들의 항의성 탈당이 이어지자, 이에 맞선 탈당 거부 움직임도 일고 있다. 김종철 선임대변인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박 시장께서 돌아가시고 당내에서 논의가 많이 있었다”면서 “진통 과정, 질서 있는 토론과 서로 인식을 맞춰가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조문과 피해 호소인 보호 두 가지 조치를 취하는 게 당 차원의 공식 입장이라고 전했다.

최근 부동산 정책, 3차 추경안과 관련해 정부·여당과 각을 세운 정의당은 이번 일을 계기로 ‘범여권’ ‘민주당 2중대’란 오명에서 벗어나 차별화를 가속화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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