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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업체 관계자 A씨는 “집회하는 분은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고 나머지는 우리가 진행한다”며 “현장에서 마이크 잡고 하는 것이라든지 집회용품 같은 것은 우리가 다 준비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행사에 소속된 B씨는 “1인 시위 같은 것을 하는데 시간이 안 돼서 누구한테 맡기고 싶으면 우리가 (분쟁 가능성을) 판별해서 한다”고 설명했다.
집회 아르바이트의 목격담은 최근 집회가 집중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대에서도 나왔다. 인근의 한 주유소에서 근무하는 60대 김모씨는 “집회에 참가하는 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누구는 5만원, 누구는 7만원을 받고 왔다’, ‘폐지를 줍는 것보다 낫다’고 한다”며 “이 사람들이 모이니까 길이 막히고 장사가 안된다”고 하소연했다. 같은 동네에서 20년 넘게 구멍가게를 운영해온 정모(74)씨도 “직업소개소처럼 커피를 사주고 일당을 주니까 찬성이든 반대든 불러주면 집회에 나가서 소리친다는 말을 여기 온 집회 참가자들에게 들었다”고 했다.
이 같은 집회·시위 대행은 집회의 진정성을 위협하고 있다. 실제 지난 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태극기부대가 알바비를 지급하는 것 같다’는 글이 작성돼 논란이 일었다. 집회를 주최한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 측은 지난 9일 입장문을 통해 “강제로 참여를 강요하거나 불참 시 집회비를 수금하는 일부 단체와는 달리 우리 집회는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운영되고 있다”며 “허위 사실에 기반한 비난은 자제해주시길 바란다”고 참석자 매수 의혹에 반박한 바 있다.
문제는 외부 인력의 집회 동원이 규제망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는 금전을 대가로 타인의 집회나 시위에 참여하는 행위를 관리·감독하는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집회 알바로 의심되는 정황이 현장에서 발견돼도 실제 단속까지 이어지기 어려운 실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전부터 집회를 세력화하기 위해 돈을 주면서 사람을 동원하는 경우들이 있다”며 “왜 이렇게 하느냐고 따져도 ‘나는 이 사람들과 뜻을 같이 한다’고 말하면 우리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소한 대행인력을 주관하거나 모으는 기관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규정을 집시법에 명문화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영리 목적의 집회 대행이 공론장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런 동원은 집시법상 문제가 되지 않아도 국민 정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중요한 것은 집회와 시위가 얼마나 투명하고 자발적으로 이뤄졌는가인데 돈이 개입되면 순수성과 자발성이 의심되고 공론장마저 신뢰를 잃을 수 있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의견이 다른 상대방을 괴롭히기 위해 매수 의혹을 퍼뜨리는 경우가 있다”면서도 “올바른 집회·시위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돈을 받고 집회나 시위에 나가서 여론을 조작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