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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나와라 뚝딱]SKIET 따상 불발…차기 IPO대어 ‘비상’

이지현 기자I 2021.05.15 07:09:00

너무 높은 공모가 발목 외국인 기관 투자자 비중도 높아
개인투자자 차기 대어들 공모청약 신중 접근 늘 듯

[이데일리 이지현 유준하 기자] “공모청약이 처음이라 시초가가 상한가인 줄 알고 팔았는데…주변에선 저보고 잘했다고 하네요. 정말 잘 한건지 어리둥절하네요.”(62세 최혜숙씨)

“설마 하고 기다렸는데, 따상과 멀어지면서 매도 시점도 놓쳐버렸네요. 따상에 못 파니까 되게 씁쓸하네요.”(43세 김주영씨)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SKIET)의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 형성 후 상한가)’ 불발에 기업공개(IPO) 공모청약 시장이 술렁이고 있습니다. 1주 더 청약을 받고자 새벽부터 증권사 앞 줄서기를 한 이들부터 온 가족을 동원해 신규 계좌를 만들어 1주 받기 전략에 나선 이들까지 허탈해진 것입니다.

다음 공모청약도 이런 분위기라며 해야할 지 망설이게 된다는 이들도 늘고 있습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노재석 SK아이이테크놀로지 대표이사와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상장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 SKIET ‘따상’ 꿈꿨지만


SKIET는 전기차 산업 2차전지 관련주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특히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 3번째로 리튬이온 전지의 핵심부품인 분리막을 독자 개발한데다 축차연신 기법이라는 SKIET만의 독자기술력을 내세우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조했습니다.

축차연신 기법은 세로 방향 및 가로 방향으로 늘이는 정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해 분리막 두께와 물성을 고객사가 원하는 대로 제작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2차전지가 원통형이나 각형, 파우치형으로 바뀌더라도 분리막을 유연하게 변화시킬 수 있어 자동차 기업의 배터리 내제화 논란에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최근 중국에서 2공장 가동을 시작한데 이어 유럽에서도 3~4공장을 더 짓기로 했습니다.

이같은 성장성에 기관투자자들은 환호했습니다. 1882.88대 1이라는 기관 최고 경쟁률을 갈아치웠습니다. 또 기관투자자의 63.20%는 15일 이상 의무보유확약을 하기도 했습니다. 희망공모가가 7만8000~10만5000원에서 최상단인 10만5000원에 확정됐지만, 공모가 고가 논란도 크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입니다.

공모금액 2조2459억원 모집에 일반투자자들은 80조5366억원을 끌어모았습니다. 시중 유동성이 모두 SKIET에 몰렸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증시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SKIET의 청약이 시작된 지난 28일 73조5958억원으로 늘었습니다. ‘빚투(빚내서 주식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자금인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청약 둘째날 23조5453억원으로 늘었습니다.

4월 한달 동안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25조4000억원이나 증가했습니다. 2~3월 9조원씩 증가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3배가량 늘었습니다. 따상 기대감에 마이너스통장 등을 활용한 이들도 크게 늘어난 것입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가 가보지 못한 ‘따상상(따상 기록 후 다음날 상한가)’ 기록도 도전해볼 만 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하지만 기록행진은 딱 상장 전까지였습니다. 지난 11일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인 21만원에 형성, 22만2500원을 터치 직후 SKIET는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3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14일 14만원을 터치하기도 했지만, 등락을 거듭한 끝에 4거래일만에 14만6500원으로 상승 마감했습니다. 따상에 성공했더라면 1주당 16만8000원의 평가차익을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평가차익은 4만1500원입니다.

공모가 고가 논란…예고된 외인 매도 폭탄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높은 공모가 산정을 SKIET의 흥행 불발 원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보통 순이익이 나는 회사는 주가수익비율인 예상실적기준 주가수익률(PER_ 방식으로 공모가를 산출하지만, SKIET는 EV·EBITDA 방식을 적용했습니다.

EV·EBITDA 방식은 기업가치(EV)와 영업활동을 통해 얻은 이익(EBITDA)과의 관계를 나타내는 지표로 기업의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EV는 시가총액과 순부채의 총 합을, EBITDA는 영업이익에 유형자산 감가상각비와 무형자산 상각비를 더한 수치입니다. 하이브(352820)가 지난해 공모가 산정에 활용해 당시 공모가가 너무 높은 수준에서 결정됐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던 방식이었습니다.

노재석 SKIET 대표는 “가치산출방식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인더스트리가 감가상각비 비중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감가상각비를 반영한 EBITDA 멀티플을 쓰는 게 기업가치를 잘 반영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외국인투자자들의 대량 매도행진도 흥행 부진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상장 첫날부터 이날까지 사흘연속으로 매도에 나서 4663억원이나를 팔아치웠습니다. 첫날에만 3616억원어치 매물을 쏟아내자 시장은 상승 동력을 잃고 곤두박질쳤습니다. 그나마 개인이 나흘동안 4493억원어치를 담으며 추가 급락을 방어했습니다.

글로벌 주가가 조정을 받은 외부 영향도 있었지만, SKIET 상장 첫날 집중된 매도행진은 외국인 투자자의 공모주 먹튀 논란에 불을 붙인 상태입니다.

특히 이번에 SKIET는 JP모간증권, 크레디트스위스(CS)를 대표 주관사와 공동주관사로 참여시키며 전체 배정물량(2139만주)의 44%에 해당하는 941만주를 외국계 증권사에 배정했습니다. 이들은 일반청약을 받지 않고 해외법인 등의 청약을 받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많은 물량을 확보함에도 따로 의무보유 확약을 설정하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SKIET 청약주관사 한 관계자는 “외국계 기관투자자의 경우 확약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는 따로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공모청약에서 외국인투자자들이 변수로 등장하며 개인투자자들은 차기 공모청약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공모가가 너무 높은 건 아닌지, 확약을 걸지 않은 외국인 기관투자자가 얼마나 되는지 등 개인투자자로서는 알 수 없는 부분까지 고려해야하기 때문입니다.

다음 IPO 대어로 꼽히는 크래프톤과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는 7~8월 출격을 예고한 상태입니다. 이들의 공모가 산정부터 외국인 투자자 비중까지 앞으로는 깊게 살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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