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잡설] 청와대 ‘역사 속으로’

김성곤 기자I 2022.03.21 06:00:00

하야·시해·탄핵·구속, 역대 대통령 모두 불행
‘구중구궐서 민심과 괴리’ 靑 제왕적 권력 상징
극단적 찬반 논란 속 대통령집무실 용산시대

20일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될 용산 국방부 청사(윗 사진) 모습과 청와대 자료 사진.(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태조 이성계는 1394년 한양 천도를 결정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고려 수도 개경에는 조선 건국에 반대한 기득권 세력이 여전했다. 풍수지리설로도 개경은 쇠퇴한 땅이었다. 반면 한양은 배산임수의 천하명당이었다. 다만 경복궁 방향은 논란이었다. 삼봉 정도전은 북악산을 주산으로 남향을, 무학대사는 인왕산을 주산으로 동향을 각각 주장했다. 승자는 정도전이었다. 야사에 따르면 무학대사는 이에 왕권을 둘러싼 골육상쟁과 환란을 우려했다. 태종 이방원은 왕자의 난을 겪으며 집권했다. 조선 건국 200년만인 1592년에는 임진왜란이 일어났다.

조선의 법궁인 경복궁은 임진왜란의 여파로 전소되면서 300년 가까이 방치됐다. 1867년 흥선대원군 주도로 경복궁 중건이 이뤄졌다. 다만 1910년 한일 강제병합 이후 또다시 수난사가 이어졌다. 식민지배 정당화를 위한 ‘치욕의 박람회’였던 ‘조선물산공진회’ 개최와 조선총독부 청사 건립으로 원형이 대부분 훼손됐다. 특히 총독부는 해방 이후 ‘중앙청’이라는 이름 아래 정부청사와 국회의사당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총독부 건물은 해방 이후 50년만인 1995년에서야 사라졌다. 국내외의 수많은 논란에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전격 결단했기에 가능했다.

대한민국 최고 권부를 상징하는 청와대는 경복궁과 뗄 수 없는 관계다. 청와대 터 자체가 원래 경복궁의 뒤뜰이다. 모태는 1937년 만들어진 조선총독 관저였다. 해방 이후 이승만 대통령 관저인 ‘경무대’로 사용되다가 4.19혁명 이후 윤보선 대통령에 의해 ‘청와대’로 명칭이 바뀌었다. 역대 정권을 거치며 개보수와 증축, 리모델링을 거쳐 6공화국 시절 현재의 모습이 만들어졌다. 다만 청와대는 언제부터인가 흉지(凶地)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풍수지리로 보면 터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과거 최창조 전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는 청와대 흉지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역대 대통령은 모두 불행했다. 예외는 없었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에서부터 박정희·전두환·노태우를 거쳐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하야, 시해, 구속, 탄핵 등등 임기 도중은 물론 퇴임 이후 어김없이 불행했다. 민심과 괴리된 채 구중구궐에서 제왕적 권력에 집착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게다가 조선총독 관저가 청와대의 모태라는 건 민족정기에서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청와대 추진을 실행에 옮기려던 대통령도 있었다. 박정희·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1977년 임시행정수도 건설안을 발표했지만 서거로 무산됐다. 노 전 대통령은 신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했지만 헌재의 위헌 판결로 무산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광화문대통령 시대를 공약했다. 다만 집권 이후 경호상 문제로 공약을 철회하고 사과했다.

대선 이후 최고 화두는 ‘대통령집무실 이전’이었다. “박빙으로 이기고 너무 막무가내다” vs “지금 아니면 안된다. 청와대를 국민 품으로” 찬반이 팽팽했다. 또 “이전에는 동의하지만 이렇게 서두를 일인가”는 중재론도 있다. 천문학적 이전 비용과 안보공백도 우려됐다. 신구권력도 정면충돌했다. 비판여론 확산에 여권 내부에서 속도조절론도 나왔다. 윤석열 당선인은 일사천리였다. 20일 대통령집무실의 용산 이전을 공식화했다. 윤 당선인은 20일 기자회견에서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며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또 ‘이전 배경이 풍수지리나 무속’이라는 질문에는 “무속은 민주당이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일축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은 확정됐다.현 청와대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한국현대사의 한 페이지가 넘어가는 셈이다. 조선총독 관저라는 불행한 역사에서 출발, 제왕적 권력의 상징이었던 청와대가 마침표를 찍는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제왕적 권력의 탄생을 알리는 불길한 징후가 될 것인지 예측불허다. 여야는 득실계산에 분주하다. 윤 당선인의 승부수는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적 판단이 내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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