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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복귀 데드라인 임박..이젠 정말 돌아와야[현장에서]

안치영 기자I 2025.03.24 15:53:31

미복귀 길어질수록 의료시스템 붕괴 가속화
신규 전문의 공백 길어지는 진료과 '교육 불가'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요즘 여러 의대 교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장 크게 느끼는 감정은 ‘집단 우울증’이다. 의대생이 학교로 돌아오지 않고 투쟁하고 있는데 반해 본연의 자리에서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막막함이 큰 탓이다. 여기에 점점 더 힘겨워지는 근무 여건과 앞으로 의료환경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배하다. 몇몇 교수들은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의료시스템 붕괴는 불보듯 뻔하다고 본다.

의대생들이 투쟁에 나선 지금 의료계와 국민의 장래가 모두 어둡다. 학생 제적과 소송, 재입학으로 이어지는 시간적 손해는 그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없으며 우리 모두의 손실이다. 이대로라면 10년간 전문의 배출은 반 토막이 나고 필수의료 분야의 젊은 의사는 찾아보기 어려워진다. 이미 정부가 어떤 처방을 내놓는다 하더라도 단기적 의료시스템 후퇴는 예견돼 있다. 단기적 혼란을 개혁으로 돌파하려는 게 정부의 생각이지만 국내 의료시스템은 남아 있는 체력이 다 소진됐다.

이젠 정말 학생들이 돌아와야 한다. 당장 교육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복귀를 거부하면 나중엔 돌이킬 수 없다. 정부는 편입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학생을 채우겠다는 분위기다. 실현 가능성은 작지만 만약 현실화되면 혼란과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학생 복귀는 요원해진다. 한 의대 교수는 “무엇보다 정부로서는 ‘학생 집단 휴학은 제적 후 편입으로 대응’이라는 선례를 만들고 이를 악용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미 일부 진료과에선 돌아오지 않을 학생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 지난해 박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말 기준 전국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외과 전문의의 평균 연령은 53.2세다. 신경외과는 50.8세, 심장혈관흉부외과는 53.3세로 모두 50대를 넘겼다. 반면 30세 미만의 전문의는 △외과 18명 △신경외과 3명 △심장혈관흉부외과 1명에 불과하다. 이처럼 허리가 비어있는 몇몇 진료과는 지금이라도 빨리 전문의를 채워야 한다. 학생들은 바로 위 선배가 없어 독학해야 하는 진료과를 어쩔 수 없이 외면할 것이고 정부와 의료계, 학생들이 걱정했던 필수의료는 사실상 사망한다.

학생들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는 교육은 한순간에 채워 넣을 수 없다. 지금은 일단 배움을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다. 정부도 의료개혁 잠정 유보 등 고자세에 머물지 말고 한 걸음 돌아가는 판단이 필요하고 의료계 내 선배들도 학생 복귀 후 교육 안정화를 위해 온 힘을 다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학생들 스스로 지금 투쟁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고민하고 판단해야 한다. 만약 투쟁을 이어간다면 그건 주변 모두를 버리는 투쟁이 아니라 국민과 본인을 위한 투쟁이어야 한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의료계 집단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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