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들이 투쟁에 나선 지금 의료계와 국민의 장래가 모두 어둡다. 학생 제적과 소송, 재입학으로 이어지는 시간적 손해는 그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없으며 우리 모두의 손실이다. 이대로라면 10년간 전문의 배출은 반 토막이 나고 필수의료 분야의 젊은 의사는 찾아보기 어려워진다. 이미 정부가 어떤 처방을 내놓는다 하더라도 단기적 의료시스템 후퇴는 예견돼 있다. 단기적 혼란을 개혁으로 돌파하려는 게 정부의 생각이지만 국내 의료시스템은 남아 있는 체력이 다 소진됐다.
이젠 정말 학생들이 돌아와야 한다. 당장 교육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복귀를 거부하면 나중엔 돌이킬 수 없다. 정부는 편입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학생을 채우겠다는 분위기다. 실현 가능성은 작지만 만약 현실화되면 혼란과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학생 복귀는 요원해진다. 한 의대 교수는 “무엇보다 정부로서는 ‘학생 집단 휴학은 제적 후 편입으로 대응’이라는 선례를 만들고 이를 악용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미 일부 진료과에선 돌아오지 않을 학생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 지난해 박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말 기준 전국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외과 전문의의 평균 연령은 53.2세다. 신경외과는 50.8세, 심장혈관흉부외과는 53.3세로 모두 50대를 넘겼다. 반면 30세 미만의 전문의는 △외과 18명 △신경외과 3명 △심장혈관흉부외과 1명에 불과하다. 이처럼 허리가 비어있는 몇몇 진료과는 지금이라도 빨리 전문의를 채워야 한다. 학생들은 바로 위 선배가 없어 독학해야 하는 진료과를 어쩔 수 없이 외면할 것이고 정부와 의료계, 학생들이 걱정했던 필수의료는 사실상 사망한다.
학생들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는 교육은 한순간에 채워 넣을 수 없다. 지금은 일단 배움을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다. 정부도 의료개혁 잠정 유보 등 고자세에 머물지 말고 한 걸음 돌아가는 판단이 필요하고 의료계 내 선배들도 학생 복귀 후 교육 안정화를 위해 온 힘을 다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학생들 스스로 지금 투쟁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고민하고 판단해야 한다. 만약 투쟁을 이어간다면 그건 주변 모두를 버리는 투쟁이 아니라 국민과 본인을 위한 투쟁이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