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다 핸들 뽑아'...폭주족 42명, SNS에 올린 영상 보니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한밤중 도심 한복판에서 ‘드리프트’ 등 난폭 운전을 하고 이를 SNS에 올린 폭주족들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사진=경기남부경찰청

경기남부경찰청 교통범죄수사팀은 도로교통법 위반(공동위험행위, 난폭운전) 등 혐의로 외국인 29명과 한국인 13명 등 20~40대 남성 42명을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22일 밝혔다.

이 가운데 주범인 카자흐스탄 국적 20대 A씨를 지난 3일 구속하고, 같은 국적의 30대 B씨는 체류 기간 만료로 지난달 14일 강제퇴거 조처했다. B씨는 난폭운전 영상을 올리는 SNS 계정을 운영해왔다.

영상=경기남부경찰청

이들은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경기 화성과 안산, 안성, 평택, 충남 당진 등 도로에서 외제 스포츠카 등으로 70여 차례에 걸쳐 난폭운전을 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불법 체류자 신분인 A씨는 과속 운전 중 핸들을 뽑아 창문 밖으로 내밀고 이를 촬영하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드론 등으로 촬영해 SNS에 올린 영상을 보면 교차로에서 드리프트 주행을 하며 타이어 자국을 남기는가 하면, 조수석 창문으로 다리만 걸친 채 사람을 태운 뒤 드리프트 주행을 하거나 폭죽을 터뜨리기도 했다.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차량 주변을 돌며 영상을 찍던 사람이 차에 부딪힐 뻔한 상황도 보였다.

영상=경기남부경찰청

일당 중 카자흐스탄 국적이 10명으로 가장 많았고 우주베키스탄인과 러시아인이 각각 8명, 키르기스스탄인이 2명, 몽골인이 1명이었다.

입건자 42명 중 다수가 직장인이거나 대학생, 아르바이트생이었고 대부분 B씨의 SNS 계정을 통해 알게 돼 범행에 가담했다고 진술했다.

경기남부청 교통범죄수사팀은 지난해 1월 “외국인들이 심야에 드리프트를 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B씨의 SNS 계정을 중심으로 범행이 이뤄진다는 사실을 파악한 경찰은 미국에 있는 SNS 운영사로부터 해당 아이피(IP)의 접속 위치가 충남 당진이라는 사실을 전달받았다.

잠복 수사에 나선 경찰은 B씨의 거주지를 확인해 압수수색을 실시했고 약 700여 개의 영상을 분석해 70여 건의 불법행위를 확인했다.

영상=경기남부경찰청

수사 과정에서 무면허 운전을 한 3명을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드론 야간비행을 한 1명을 항공안전법 위반 혐의로 추가 입건했다.

경찰은 난폭운전이 이뤄진 관할 지자체와 협조해 도로의 노면을 보수 및 도색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규제봉과 이동식 단속 장치를 설치하는 등 교통안전시설을 개선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