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설 보낸 JY…10년 사법 리스크 이번엔 털어낼까

김정남 기자I 2025.01.30 14:57:32

항소심 선고 앞둔 이재용 삼성 회장
명절 해외 출장 생략한채 경영 구상
"JY, 항소심 앞두고 대외 활동 줄어"
'10년째 사법 리스크' 털어낼까 촉각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명절 연휴 때마다 했던 해외 현장 경영을 이번에는 생략했다. 항소심 선고가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대외 활동을 자제하고 국내에 머물며 경영 구상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에 대한 사법 리스크가 햇수로 10년째 이어지는데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이례적인 ‘조용한 명절’ 보낸 JY

30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번 설 연휴 때는 해외 출장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조용한 명절’이 이례적으로 보이는 것은 그가 삼성을 본격적으로 이끈 지난 2014년 이후 매년 설과 추석 연휴를 이용해 해외 사업장을 점검해 왔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설 명절 때는 말레이시아 스름반에 있는 삼성SDI 배터리 공장을 찾았다. 지난해 추석 때는 유럽으로 건너가 프랑스에서 열린 ‘2024 리옹 국제기능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해 국가대표 선수단을 격려한 이후 다시 폴란드로 넘어가 현지 연구소와 가전 생산공장을 둘러봤다.

이뿐만 아니다. 최근 이 회장은 대외 활동 자체를 눈에 띄게 자제하는 기류다. 연초인 지난 3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열린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 참석한 것을 제외하면 대외 행사에는 모습을 비치지 않았다. 이 회장은 지난해 초 새해 첫 경영 행보로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자리한 삼성리서치를 찾아 차세대 6G 이동통신 기술을 점검했다는 소식을 전했지만, 올해는 이렇다 할 새해 행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2월 9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스름반에 위치한 삼성SDI 배터리 생산법인 1공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재계는 이를 두고 사법 리스크와 관련이 있다는 관측이 많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는데, 이에 대한 재판부의 항소심 선고기일이 2월 3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재계 한 인사는 “항소심 선고까지는 대외 활동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추후 경영 행보 역시 이와 직결돼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삼성 측은 1심 재판부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목적이 승계에만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며 무죄를 선고한 만큼 1심이 유지될 것을 기대하고 있고, 법조계 역시 무죄 선고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다만 아직 2심의 판단이 남은 만큼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게 분석도 적지 않다.

◇“10년째 사법 리스크 너무 과도”

일각에서는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햇수로 10년째 이어진 사법 리스크가 너무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 회장은 2021년 4월부터 총 106회 열린 1심 공판에 대통령 해외 순방 동행 등을 제외하고 총 96번 출석했다. 경영보다 재판을 우선할 수밖에 없었던 게 냉정한 현실이다. 또 다른 산업계 고위인사는 “이 회장에 대한 사법 리스크는 그 자신뿐만 아니라 삼성 내 주요 임원들이 모두 해당하는 문제”라고 했다. 삼성이 공격 경영에 나서기 쉽지 않은 외부 요인이 분명히 자리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회장이 지난해 11월 25일 경영권 불법 승계의혹 항소심 결심 공판 최후진술을 통해 직접 거론한 ‘삼성 위기론’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 회장은 당시 “지금 맞이하고 있는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녹록지 않다”며 “하지만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부디 저의 소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허락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 회장이 2심에서도 1심과 같은 무죄를 받는다면 경영 정상화의 닻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경쟁사에 밀리고 있는 반도체 사업,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로봇 사업, ‘역대급’ 실적을 쓰고 있는 바이오 사업 등의 현장을 직접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2월 1심 무죄를 받자마자 중동과 동남아 일대를 돌며 현지 사업장을 점검했다. 차세대 성장동력에 대한 인수합병(M&A)을 본격화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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