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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집회에서 눈에 띈 장면은 MZ세대의 시위 문화였다. 과거 손에 촛불을 들고 있는 것이 탄핵 집회의 대표적인 모습이었다면, 아이돌 콘서트에서 사용하는 응원봉이나 LED 머리띠 등을 두르고 집회에 나선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이들은 ‘내가 제일 잘나가(2ne1)’·‘아파트(로제)’·‘다시 만난 세계(소녀시대)’·‘삐딱하게’ 등 아이돌 노래가 흘러나오자 가장 크게 따라 불렀고 각자 준비해 온 콘서트 응원봉을 흔들며 시위에 적극 참여했다. 중장년층 시민들도 함께 어우러지며 자칫 험악할 수 있는 집회 현장의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아이돌 응원봉을 들고 나온 20대 여성 황모씨는 “이런 시위 문화가 오히려 집회 참여를 더욱 독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실제로 과격 시위보다 훨씬 안전하기도 하지 않느냐”고 했다. 친구 2명과 함께 각기 다른 아이돌 응원봉 3개를 챙겨 집회에 참가한 20대 여성 조모씨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시위 때 촛불 들고 나왔었는데 불이 잘 꺼져서 이번엔 응원봉을 들고 나왔다”며 “저들에게 겨울바람에도 꺼지지 않는 우리의 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국회를 둘러싼 이들은 경찰과 충돌하거나 게이트를 미는 등의 과격한 행동 대신 EDM 음악에 맞춰서 ‘윤석열 탄핵’을 외치거나 노래에 맞춰 뛰며 집회를 이어갔다. 피켓 대신 아이패드 등 태블릿PC에 구호를 적어온 청년들도 있었다. 아이패드에 ‘윤석열 탄핵’을 적고 구호를 외치던 김모(24)씨는 “어두우면 피켓이 안 보이니까 아이패드에 문구를 쓰고 흔들었다”며 “확실히 촛불보다 빛이 밝아서 멀리서도 잘 보여서 더 결집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과격한 집단행동 대신 평화롭게 실리를 다 이뤄내는 게 목적이라고 전했다. 시위에 참석한 20대 여성 조모씨는 “군부독재 계엄에 저항하며 화염병 던지는 등 과격한 집회를 벌이던 과거와 달리 평화로운 시위 문화를 이끌고 싶다”며 “앞으로도 알록달록한 응원봉으로 우리의 매서운 민심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유명 연예인들이 팬들을 위해 카페나 식당에 ‘선결제’를 하는 문화가 이날 집회 현장에서 보여지기도 했다. 자신이 집회 현장에 직접 찾아갈 상황이 되진 못하지만, 물질적으로라도 이들을 지원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었다.
실제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구 트위터)에는 국회 인근 카페, 빵집, 식당 등에 대량의 음식을 선결제 해뒀다는 시민들의 게시글이 이어졌다. 예를 들면 ‘베이글과 크림치즈, 커피 40세트를 어떤 매장에 선결제 했으니 아무개의 이름을 대고 수령해 사용해달라’는 내용이다. 메뉴도 국밥이나 김치찌개, 커피 등도 다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