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급했으면”…기장이 손으로 뜯어낸 ‘2000쪽 매뉴얼’

이로원 기자I 2025.01.03 09:23:17

사고 기체 주변서 ‘보잉 737 운영 매뉴얼’ 서너장 발견
전문가들 “기장이 필사적으로 노력한 흔적”

[이데일리 이로원 기자]무안 제주항공 참사 현장에서 사고 당시 충격으로 기체에서 튕겨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보잉737의 운영 매뉴얼 일부가 발견됐다.

사진=MBN 캡처
3일 MBN에 따르면 사고가 난 기체 주변에서 수치가 빼곡하게 기록된 보잉737 운영매뉴얼 서너장이 발견됐다. 사고 당시 충격으로 기체에서 튕겨 나온 것으로 예측된다.

QRH로도 불리는 이 매뉴얼은 2000쪽에 이르는 두꺼운 설명서다. 기장석과 부기장석에 각각 한 권씩 총 2권이 비치된다.

발견된 페이지에는 보잉 737-800 기종이 랜딩기어를 내린 상태에서 최소 동력으로 날아갈 수 있는 거리가 적혀 있다. 수면 불시착을 위한 절차 내용도 일부 발견됐다.

페이지에는 의도적으로 뜯어낸 것으로 보이는 자국도 남아 있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고 전 엔진 두 개가 모두 꺼진 상태에서 기장이 동체 착륙을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 흔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고승희 신라대학교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기장이) 부기장한테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 알아보자, 또 얼마나 대응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며 매뉴얼을 꺼낸 것 같다”고 추측했다.

김광일 신라대학교 항공운항학과 교수 또한 “다 펼쳐놓고 볼 수 없으니까 자기들 필요한 부분만 급하게 뜯어버리고 이것만 갖고 계산하고 판단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정부는 제주항공 참사의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상태다. 사고 직전까지 2시간 분량의 음성기록 자료를 모두 확보해 분석 가능한 음성파일 형태로 전환을 마쳤다. 다만 블랙박스인 비행기록(FDR) 자료 분석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최소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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