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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요 여보”…헬기 추락 기장이 남긴 마지막 말

강소영 기자I 2025.03.29 11:45:01

40년 동안 하늘에서 살던 베테랑 박현우 기장
지난 26일 경북 의성서 진화작업 벌이다 헬기 추락
아내 “첫사랑이었는데…사고 전날 ‘사랑한다’고” 비통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경북 의성 산불을 진화하다 순직한 박현우(73) 기장이 아내에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사랑한다”는 말이었다.

28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뉴고려병원 장례식장에 박현우 기장 빈소가 마련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2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기 김포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박 기장의 빈소에 그의 아내 A씨(71)는 취재진에 생전 마지막 통화 기록을 보여주며 울컥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첫사랑인 두 사람은 결혼한 지 45년이 넘었으나 매일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주고받을 정도로 애틋했다고 한다.

A씨는 사고 전날인 25일 오후 7시 30분쯤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매일 연락이 오던 남편에게서 전화가 오지 않아서였다.

A씨는 “전화를 받은 남편이 ‘의성에 진화 작업 지원을 나와서 전화를 못 했다’고 했다. 서로 사랑한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은 게 마지막이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통화가 남편과 마지막 인사가 줄은 몰랐다. A씨는 “지난 11일 휴가 때 마지막으로 보고 다음 달에 보기로 했는데 이제는 지킬 수 없는 약속이 됐다”고 눈물을 흘렸다.

박 기장은 지난 26일 오후 12시 45분쯤 경북 의성군 신평면 교안리 한 야산에서 진화 작업을 벌이다 헬기가 추락해 숨졌다.

지난 19일 박 기장이 아내의 생일을 축하하며 보낸 장문의 문자메시지. (사진=연합뉴스)
박 기장은 40년 이상을 하늘 위에서 살아온 베테랑이었다. 육군항공대 소속 헬리콥터 기장으로 오래 복무하다 전역 후 임차업체에 재취업해 석유 시추와 방재 작업, 산불 진화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해왔다.

비행 업무에 책임감이 강했던 그는 이같이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가족을 챙기는 것도 놓지 않았다. 그는 지난 19일에도 장문의 축하 문자로 아내의 생일을 축하했다.

그런 그를 애도하는 각계각층의 조화가 줄지은 가운데 눈에 띈 것은 그의 영전에 놓인 손자 B군의 편지였다.

현재 미국에 살고 있는 B군은 손글씨로 “할아버지에게. 제 할아버지여서 고맙습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너무 슬프지만 천국에서 절 항상 지켜봐 주세요. 할아버지 사랑해요”라고 적었다.

그의 장례식장을 찾은 김성민(57) 김포수정교회 목사도 “모든 예배에 빠지지 않던 신실한 분이었다”며 “항상 자신보다 남을 먼저 배려했던 따뜻한 분”이라며 그를 회상했다.

박 기장의 발인식은 29일 오전 11시 30분경 뉴고려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됐다. 합동 분향소는 경북 의성군청소년문화의집 다목적 강당에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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