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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어담는 수준” 연말 다이소 명동…외국인 쇼핑 러시 ‘들썩’[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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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진 기자I 2025.12.08 07:00:00

중·일 갈등 격화에 무비자까지 겹호재에 ''방긋''
마스크팩·과자·굿즈 쓸어 담는 ‘K쇼핑 성지’ 등극
“명품보다 실속”...알리페이 결제 70% 이상 폭증
일시 특수 아닌 구조 변화…다이소 장기 호재 기대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다이소 명동점 영상을 봤어요. 한국 화장품이랑 과자를 이렇게 싸게 살 수 있다니, 꼭 와보고 싶었거든요.”

7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다이소 명동역점. 12층 규모의 매장 1층 입구는 개장과 동시에 대형 쇼핑백을 든 외국인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 없었다. 엘리베이터 앞에는 순번을 기다리는 줄이 10m 이상 늘어섰고, 중국어·일본어·영어가 뒤섞인 대화 소리가 매장을 가득 채웠다. 중국인 유학생 친구와 동행한 왕메이(28)씨는 VT 마스크팩과 과자 세트를 담은 장바구니를 들어 보이면서 “친구들 선물로 사 가려고 한다”며 “중국에서 사면 두 배 이상 비싸다”고 말했다.

가장 붐비는 뷰티 코너. 외국인 관광객들이 마스크팩, 색조 화장품, 뷰티툴 등을 둘러보며 구매 행렬을 이뤘다. (사진=한전진 기자)
다이소 명동역점이 연말 외국인 관광객의 ‘K쇼핑 성지’로 부상했다. SNS에서는 ‘올다무(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 쇼핑 인증이 한국 여행의 상징처럼 번지고 있고, 특히 다이소는 ‘한국의 돈키호테’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일본·동남아 관광객의 필수 방문지가 됐다. 실제로 다이소에 따르면 지난달 해외 카드 결제액은 전년 대비 40% 늘었고, 명동역점은 30% 이상 증가했다. 11월 들어서는 중국인의 결제수단인 알리페이·은련페이 매출이 10월 대비 각각 20%, 70% 급증했다.

배경에는 최근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과 중일 갈등이 맞물린 효과가 있다. 지난 9월 29일부터 내년 6월 말까지 시행되는 무비자 제도로 중국인 방한객이 크게 증가한 데다, 11월 들어 일본행 여행 취소가 확산하며 한국을 대체 여행지로 선택하는 수요가 늘어났다. 실제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개입’을 언급한 이후 중국 정부가 일본 여행 자제를 권고하면서 중국 최대 여행 플랫폼에서 일본행 항공권 취소율이 13.4%까지 치솟은 영향도 있다.

다이소 명동역점 2층 뷰티(미용·위생용품) 코너는 이날 가장 붐볐다. VT 리들샷 앰플, 본셉 색조 화장품, 5000원대 마스크팩이 진열된 매대 앞에는 상품과 스마트폰 화면을 번갈아 확인하는 관광객들이 빼곡했다. ‘다이소에서 꼭 사야하는 뷰티’ 등 해외 영상 콘텐츠를 참고하는 모습도 여럿 보였다. 일본인 관광객 사토 유키(25)씨는 “일본 다이소는 생활용품 위주인데, 한국은 화장품 종류가 훨씬 다양하다”며 “친구들한테 자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다이소 명동점 1층 셀프 계산대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계산을 진행 중이다. (사진=한전진 기자)
여행용 소품과 뷰티 액세서리 코너에는 일본인·동남아 관광객들이 몰려 있었다. (사진=한전진 기자)
화장품을 고르던 관광객의 발길은 자연스레 위층으로 이어졌다. 5층 식품 코너도 외국인들의 주요 목적지였다. 새우깡·약과·초코파이·견과류 등 K푸드 스낵류 등이 카트에 수북이 쌓였다. 한국 과자는 맛뿐 아니라 포장 디자인까지 예뻐 연말 선물용으로 인기가 높다. 다이소 가격은 공항 면세점보다 훨씬 저렴해 관광객들이 대량으로 구매해간다. 3층 팬시 코너의 한글 자개 무늬 소품과 K팝 캐릭터 굿즈도 꾸준히 팔려나갔다. 매장 직원은 “요즘은 명품보다 실속 있는 기념품을 찾는 외국인이 많아졌다”며 “대량으로 구매해 가져가는 경우도 흔하다”고 귀띔했다.

다이소는 외국인 수요 증가를 예상하고 이미 2023년부터 매장 전략을 손봐왔다. 명동역점은 2023년 3월 기존 8층에서 12층 규모로 확장 재개장하며 택스리펀 시스템을 도입했다. 외국어 안내도를 비치하고 중국어 등 외국어 구사가 가능한 직원을 배치했다. 마스크팩, 견과류 등 외국인 특화 상품 비중을 확대하며 뷰티·식품 코너를 재정비했다. 무비자 중국인 단체관광객 입국 본격화와 중일 갈등 장기화가 예상되는 만큼 단순한 연말 특수가 아닌 장기적 호재로 보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도 호재로 꼽힌다. 과거 명품과 면세점 중심이었던 외국인 소비 패턴이 ‘가성비 쇼핑’으로 재편 중이다. 실제로 하나카드가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의 이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다이소의 이용 금액과 이용자 수, 이용 건수는 전년 대비 각각 49%, 46%, 41% 늘었다. 같은 기간 올리브영은 각각 106%와 77%, 80%, 무신사는 각각 343%와 348%, 3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면세업계는 외국인 매출이 감소해 왔던 것과 대비된다.

다이소 관계자는 “k컬쳐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가성비 높게 K문화를 즐기는 관광객들이 다이소를 찾는 발걸음이 늘고 있다”며 “앞으로도 K뷰티, K푸드 등 현지 수요가 높은 상품군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외국인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명동 다이소 2층 문구 코너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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