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된 직후,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이같이 말했다. 탄핵 정국이 워낙 급박하게 돌아가는 탓에 지역구 일을 돌볼 틈이 통 없었다는 게 그의 하소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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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윤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에 불응하고, 수사기관과 대통령 경호처가 물리적 충돌 사태를 빚을 수도 있다는 걱정이 커지면서 국회는 긴장의 끈을 더욱 꽉 붙잡고 있어야 했다.
이런 가운데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안, 쌍특검법 등 탄핵 정국에 대응한 굵직한 본회의 표결 일정도 이어졌다. 여야 한 표가 아쉬운 탓에 의원들은 본회의에 ‘필참’해야 했고, 민주당 지도부는 의원들의 자체적인 출국을 금지하기도 했다.
결국 법원의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로 여러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의원들은 ‘계엄 경계태세’에서 해방되고 서울 바깥 지역구로 내려가 지역 현안을 살필 수 있게 됐다.
민주당 중진인 박지원 의원은 설 연휴 전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저는 이번 연휴 동안 (지역구인)해남·완도·진도에서 두더지처럼 보내겠다”며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섬들을 주로 방문하면서 지역 주민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다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윤 대통령 구속이 불발된 경우를 가정한 질문에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 손사래를 치며 “비상 대기도 문제지만, 내려가서 지역주민 낯을 볼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비례대표 의원으로 구성된 조국혁신당도 연휴 일정을 준비하고 있다. 혁신당 한 의원은 “혁신당은 지역구가 없더라도, 각 의원들이 쥐고 있는 고유한 (정치적)영역과 지지기반이 있다”며 “연휴 동안 이런 기반을 더욱 단단하게 다지고, 당 재정비 작업도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윤 대통령 체포를 기점으로 조기 대선이 현실화하면서 이번 명절 연휴를 이용한 민심 잡기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이번 ‘설 밥상머리 민심’은 대선 여론으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민주당과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가 오차범위 내에서 교착상태인 가운데, 이 지지도는 사실상 대선 여론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비상계엄 사태, 대통령 탄핵, 제주항공 참사 등 잇따른 고비를 넘긴 의원들이 ‘역대급 연휴’에도 발 뻗고 느긋하게 쉬지 못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