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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코 루비오 신임 미국 국무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전날 워싱턴 D.C.에서 열린 쿼드 외교장관회의의 결과물인 공동성명에는 종전 쿼드 정상회의 또는 외교장관 회의 결과에 단골 메뉴로 들어가던 ‘한반도 비핵화’나 북한 핵·탄도미사일에 대한 규탄이 포함되지 않았다.
두 문장으로 구성된 이번 성명은 과거 성명에 비해 내용 자체가 짧았고, 중국이나 북한 등 특정한 나라에 대한 언급 자체를 포함하지 않았다. 다만 “무력이나 강압에 의해 현상을 변경하려는 일방적 행동 반대”한다거나 “증대하는 위협을 직면하는 가운데, 지역에 걸친 해양·경제·기술의 안전보장을 강화하는 것, 신뢰성이 있는 강인한 공급망 사슬을 촉진하는 것에 기여한다” 등 중국을 염두에 둔 표현은 포함됐다.
직전 바이든 행정부 임기(2021년 1월∼2025년 1월) 중에 나온 쿼드 공동성명에는 한반도 비핵화를 포함한 북한 관련 언급이 관례처럼 서술됐다.
2023년 3월 뉴델리에서 열린 외교장관회의, 그해 5월 히로시마에서 열린 정상회의, 작년 7월 도쿄에서 열린 외교장관회의, 작년 9월 미국 윌밍턴에서 열린 정상회의 등에서 나온 공동성명 또는 정상선언에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협력에 대한 공약이 포함됐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9월 월밍턴 선언만 하더라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무기 추구를 규탄하고 북한 관련 핵·미사일 기술이 확산하는 것을 우려하는 등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의 비판과 우려가 담겼다.
다만 이날 쿼드에서도 북한에 대한 논의는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외무성은 “이와야 타케시 외무상은 핵·미사일 활동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동시에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한 각국의 이해와 협력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어진 미일 외무장관 회담에서도 루비오 장관과 이와야 외무상은 핵·미사일 문제와 북한의 러시아와의 정치적 안보적 연계 등 여러 과제에 의견 교환을 실시했다고 미국 국무부와 일본 외무상은 밝혔다.
일본 외무상은 “양 장관은 미국·일본·호주·인도(쿼드), 한·미·일, 미·일·필리핀 등 각 같은 뜻을 가진 국가와의 제휴를 더욱 강화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에 일치했다”고도 밝혔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은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와 관련된 한미일 3각 공조, 미국의 핵우산으로 동맹국을 지키는 확장억제 정책의 강화를 ‘안보상 양보할 수 없는 선’이라고 보고 미국 측에 이에 대한 확답을 요구하고 있다.
쿼드 공동성명에서 한반도 비핵화 언급이 빠진 것이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속단하긴 어려워 보인다. 다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 등 행정부 주요인사들이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부르면서 미국이 대북정책의 방향을 비핵화가 아닌 군축 쪽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루비오 장관은 지난 15일 인사청문회에서 대북 정책에 대해 “다른 나라들이 각자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추구하도록 자극하지 않으면서 위기를 막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 우리가 찾는 해결책”이라고 밝힌 뒤 “아직 그럴 준비가 안 됐다”며 대북정책에 대한 검토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