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갈등으로 시댁에 안가면 이혼사유?[양친소]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정지인 법무법인 숭인 변호사]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24년 가사변호사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사단법인 칸나희망서포터즈 대표 △전 대한변협 공보이사 △‘인생은 초콜릿’ 에세이, ‘상속을 잘 해야 집안이 산다’ 저자 △YTN 라디오 ‘양소영변호사의 상담소’ 진행 △EBS 라디오 ‘양소영의 오천만의 변호인’ 진행 △MBN 한 번쯤 이혼할 결심, KBS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출연

결혼 5년 만에 아이를 낳고 시어머니와의 갈등이 깊어졌습니다. 시어머니께서 집 근처에 사셔 아이를 가끔 돌봐주시고 계십니다. 70대에 아이 돌보기 힘들고 육아를 도와줘서 고마운건 아는데. 정말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셔서 하나부터 열까지 간섭을 하십니다. “집안 살림살이는 이런 걸 사야한다, 제가 살림을 못해서 대출이 늘어난다, 돈을 함부로 쓴다”면서 온갖 구박을 다하십니다.

참다 참다 폭발해 “그만 좀 하시라”고 대들었더니, 시어머니께서 남편에게 더 부풀려 이야기를 전했더라고요. 제가 버릇없이 대들어서 쓰러질뻔 했다며. 저와 어머니 사이가 심각한 걸 안 남편은 어머니 편만 들고 오히려 저한테 화만 내는 겁니다.

문제가 복잡해지면서, 시어머니는 저희 집에 발길을 끊었고 저도 시댁에 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사실 어머니가 아프실 때 병문안도 가지 않았고 명절 때도 저는 가지 않았습니다. 이번 명절에도 저는 시댁에 가지 않겠다고 했더니, 남편이 이혼사유라며 당장 집을 나가라고 합니다. 시댁에 가지 않는 것이 이혼사유인가요?

- 고부갈등은 이혼사유가 되나요?

△고부 간의 갈등은 민법 제840조 제3호 소정의 이혼사유인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같은 조 제4호 소정의 이혼사유인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에 각 해당할 수 있습니다. 판례에 따르면,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라 함은 혼인관계의 지속을 강요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여겨질 정도의 폭행이나 학대 또는 모욕을 받았을 경우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즉, 고부간에 사소한 다툼이나 일시적인 갈등은 재판상 이혼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반면, 지속적인 폭언 및 폭행으로 정신적, 신체적으로 고통을 겪는 경우에는 재판상 이혼 사유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때 어느 정도의 행위가 심히 부당한 대우에 해당하는가의 문제는 사회의 일반관념과 당사자 개인의 감정 및 의사를 고려하여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 남편이 중재자 역할을 못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어떤가요?

△판례에 따르면, 배우자가 고부간의 갈등을 중간에서 중재하지 않고 그저 방관하는 태도로 일관하거나 또는 부모에 대한 의존적인 태도를 보여 다른 배우자의 신뢰를 상실시킨 경우,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배우자에게 혼인관계 파탄의 책임이 있다고 판시한바 있습니다.

사연에서, 남편은 자신의 어머니로 인해 아내가 받은 마음의 상처와 고통을 공감해 주지 않고 오히려 어머니의 편만 들고 아내에게는 화만 내어 고부간의 갈등을 심화시켰습니다. 이와 같이 고부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하지 않고, 중재자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남편에게는 혼인관계 파탄의 책임이 있습니다.

- 명절에 시댁 방문을 하지 않는 건 이혼사유가 될까요?

△단순히 명절에 시댁을 방문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는 민법 제840조 제3호 및 제4호 소정의 이혼사유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한 번 시댁을 방문하지 않은 것은 이혼사유가 될 수 없으나, 정당한 이유 없이 지속적으로 시댁 방문을 거부하거나 시댁의 연락을 고의적으로 피하는 경우에는 ‘부당한 대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즉, 배우자가 시댁 방문을 거부하는 것이 재판상 이혼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거부 원인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따라 달라지게 됩니다. 시부모님으로부터 지속적인 폭언을 듣거나 부부 간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댁을 방문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고 볼 수 없는 반면, 평소 안부 연락도 하지 않고 특별한 이유 없이 시댁 방문까지 거부하는 것은 ‘부당한 대우’에 해당하여 이혼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 사연자가 이혼소송을 제기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사연에서, 시어머니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사사건건 간섭을 하고, 사연자를 비난하는 말을 일삼는 등 고부간의 갈등이 심각한 상태임에도 사연자의 남편은 시어머니의 편만 들어 사연자의 정신적 고통을 가중시켰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오랜 기간 지속되어 더 이상 남편과의 혼인관계를 지속할 것을 강요하는 것이 사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될 것으로 판단될 때에는 사연자가 남편을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할 경우, 인용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혼인관계 파탄의 주요 원인을 제공한 시어머니에게도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례로 시댁과의 갈등이 심화되어 결국 이혼하게 된 사례에서, 아들이 이혼하는 과정에서 어머니가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다면 아들뿐만 아니라 어머니도 며느리에게 위자료를 줘야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있었습니다.

※자세한 상담내용은 유튜브 ‘양담소’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는 양소영 변호사의 생활 법률 관련 상담 기사를 연재합니다. 독자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법률 분야 고충이나 궁금한 점이 있다면 사연을 보내주세요. 기사를 통해 답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