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제주항공 사고기, 활주로 2㎞ 앞두고 블랙박스 정지”

박민 기자I 2025.01.27 10:25:26

제주항공 사고 예비 보고서 첫 발간
사고 개요·향후 조사 계획 등 담겨
기체·엔진 제작국 미국·프랑스, 태국에 제출
블랙박스 기록, 충돌 4분7 초전부터 없어
정확한 조류 충돌 시점·개체 수 파악 안돼
“조사 중 안전·개선 필요시 긴급 권고

[이데일리 박민 기자] 무안 제주항공 사고 여객기가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 약 2㎞까지 접근한 상태에서 블랙박스 기록이 중단된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항공 참사 현장에서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관계자들이 기체 잔해를 수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는 사고 30일째인 27일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담은 예비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사고 이후 항철위가 처음으로 공표한 정식 조사 보고서다.

이는 국제민간항공협약에 따라 사고 조사 당국이 초기 조사 상황을 공유하기 위해 사고 발생 30일 이내에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및 사고 관련국에 보내기 위해 발간된 것이다. 항철위는 이를 사고기의 기체 및 엔진 제작국인 미국과 프랑스 외에 사망자가 발생한 태국에 제출했으며, 항철위 홈페이지에도 게재했다.

보고서에서는 사고기의 블랙박스인 비행기록장치(FDR)와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 기록이 한꺼번에 멈췄을 때의 대략적인 운항 위치가 공개됐다. 블랙박스 기록은 사고기가 무안공항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 둔덕에 충돌하기 4분 7초 전인 지난달 29일 오전 8시 58분 50초부터 남아 있지 않다.

사고기 블랙박스 기록 중단 당시 기체 추정 위치.(사진=제주항공 사고 예비보고서)
항철위에 따르면 당시 사고 여객기는 당초 착륙하려던 방향인 01활주로의 시작점(활주로 최남단)에서 남쪽으로 약 1.1NM(해리) 떨어진 바다 위를 비행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미터로 환산하면 약 2037m다.

착륙이 임박했던 만큼 속도는 161노트(시속 약 298㎞), 고도는 498피트(약 151m)였다. 양쪽 엔진에 대표적인 겨울 철새인 가창오리가 빨려 들어간 것 시점이 이때로 추정된다.

항철위 조사 결과 두 엔진 모두에서 가창오리의 깃털과 혈흔이 발견됐다. 항철위는 정확한 조류 충돌 시점이나 충돌한 조류 개체 수, 다른 조류가 포함됐는지 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고 당시(오전 9시 기준) 바람은 110도 방향에서 2노트(약 3.7㎞)로 불고 있었다. 시정은 9000m며 구름은 4500피트(약 1.37㎞)에 조금 있어 항공기 운항에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온도는 2도에 노점온도(이슬점)는 0도, 해면 기압은 1028헥토파스칼(hPa)로 특별한 기상 변화는 없었다고 항철위는 설명했다.

사고 현장 및 동체 상태.(사진=제주항공 사고 예비보고서)
이번 보고서에는 사고 개요와 항공기 이력, 조종사 경력 등의 조사 결과 및 사고 현장 상황 등 그간 초기 조사로 파악된 내용이 담겼다.

사고기는 B737-800 기종(등록번호 HL8088)으로, 미국 보잉에서 제작해 2009년 9월 4일 유럽 저비용항공사(LCC)인 라이언에어에서 처음 인도받아 운항하다가 2017년 2월 3일 제주항공에서 리스로 도입해 운영해 왔다.

기장은 총 비행시간이 6823시간으로, 이 가운데 사고 기종으로 비행한 시간이 6096시간(기장으로서 비행한 시간은 2559시간)이었다. 사고 직전 90일간 비행시간은 186시간으로 조사됐다.

부기장은 총 1650시간을 비행했으며 이 중 사고 기종은 1339시간 운항했다. 사고 이전 90일 중에는 164시간을 비행했다.

항공기 및 조종사 비행 경력 정보.(사진=제주항공 사고 예비보고서)
사고 항공편인 7C2216편은 지난달 29일 현지시간 오전 2시 30분(한국시간 오전 4시 30분)께 승무원 6명과 승객 175명 등 181명을 태우고 태국 방콕 수완나품 공항에서 이륙했다.

이후 한국시간 오전 8시 54분 43초, 사고기는 무안공항 관제탑과 착륙을 위한 최초 교신을 했고 관제탑에서는 01활주로 착륙을 허가했다.

착륙 허가를 받은 사고기는 01활주로로 접근 중 오전 8시 57분 50초에 관제탑으로부터 조류 활동(충돌)을 주의하라는 내용을 전달받았다.

그로부터 꼭 1분 뒤 블랙박스 기록이 동시에 중단됐다. 사고기는 그 직후인 오전 8시 58분 56초에 조류 충돌로 인한 메이데이(비상 선언)를 3회 외치는 동시에 고도를 높이는 복행을 했다.

이후 01활주로 왼쪽 상공으로 비행하다가 반대 방향인 19활주로로 착륙하기 위해 오른쪽으로 선회한 뒤 활주로에 맞춰서 접근했다.

활주로19에는 착륙기어 장치(랜딩기어)가 내려지지 않은 상태로 동체 착륙했고, 활주 중 활주로를 초과해 방위각 시설물(로컬라이저 둔덕)과 충돌했다.

둔덕과 충돌한 뒤에는 화재와 일부 폭발이 발생했다. 이 충돌로 두 개의 엔진은 둔덕의 흙더미에 묻혔고, 기체 전방 부위는 둔덕으로부터 약 30∼200m까지 흩어졌다. 후방 동체의 꼬리 부분은 둔덕 바로 너머에서 일부가 전소된 상태였다.

이 사고로 운항 및 객실 승무원 4명과 승객 175명 등 총 179명이 사망했다. 객실 승무원 2명은 중상을 입었다.

조류 충돌이 블랙박스를 비롯한 항공기 장치 기능 이상으로 이어지게 된 경위와 복행 및 착륙 활주로 변경의 배경, 로컬라이저 둔덕이 피해 규모에 미친 영향 등은 추후 드러날 전망이다.

항철위는 향후 조사계획에 대해 “조류 충돌, 엔진 분해 검사, FDR·CVR 자료 분석, 관제 자료, 부품 정밀검사와 방위각 시설물 등을 전방위적으로 조사해 명확한 원인을 규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프랑스 항공사고조사위원회(BEA)와 사고조사를 협력하고 있으며,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합동으로 조사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항철위는 앞서 지난 25일 사고 유가족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어 보고서에 담은 사고 조사 현황과 향후 계획 등을 미리 공유했다.

항철위 관계자는 “예비보고서에 수록된 정보에는 오류가 있을 수 있으며, 최종 보고서에는 오류가 수정된 내용이 담길 것”이라며 “모든 과정을 공정하게 진행해 사고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제주항공 참사

-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 위한 ‘국민 성금’ 설 전→31일 이후 지급 - 국회, '제주항공 참사' 위로금 30만원씩 낸다 - 최 대행 “제주항공참사, 유족 지원방안 담은 재발대책 법안 서둘러야”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