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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2021년 A법인에서 일하던 근로자 B씨는 ‘정년(만 60세)이 도래함에 따라 B씨와의 근로계약이 종료된다’는 취지의 계약종료통지서를 받았다. 이에 B씨는 ‘정년을 초과한 자에 대해서는 별도로 촉탁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업무 필요에 의해 정년 퇴직자를 계약직으로 재고용할 수 있다’는 조항을 들어 중노위에 부당해고 구제심판을 제기했고 받아들여졌다. 이에 불복한 A법인은 부당해고 구제심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정년 이후 근로계약 갱신이 가능한 조항이 있고 그에 대해 요구하는 별다른 요건이 없는 경우 재고용하지 않을 경우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여러 사정을 고려해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어 근로자는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러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사용자가 이를 위반해 부당하게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2심 역시 1심의 판단과 같았다. 재판부는 “노인의료복지시설의 시설기준 및 직원배치기준보다 더 많은 수의 요양보호사가 있다고 해도 해당 기준은 최소한의 기준만을 설정한 것뿐이기 때문에 이를 이유로 계약 갱신을 거절할 합리적 사유가 되지 못한다”고 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의 취업규칙 및 운영규정을 보면 정년 퇴직자를 촉탁직 근로자로 재고용할지 여부에 관해 A법인에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다”며 “일정한 요건을 충족할 경우 재고용이 보장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전혀두고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즉 재고용할 의무를 부여하는 취지로 보이지 않는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또 대법원은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를 촉탁직으로 반드시 채용해야 한다는 근로자의 기대권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B씨 외에도 정년퇴직 처리된 근로자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A법인에 재고용을 반드시 해야 하거나 그에 준하는 정도의 재고용 관행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으므로 재고용되리라는 근로자의 기대권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