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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남 만나 상간소송 당한 아내, 용서할 수 없어요”[양친소]

백주아 기자I 2024.10.06 07:00:01

[양소영 변호사의 친절한 상담소]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안미현 법무법인 숭인 대표변호사 ]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24년 가사변호사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사단법인 칸나희망서포터즈 대표 △전 대한변협 공보이사 △‘인생은 초콜릿’ 에세이, ‘상속을 잘 해야 집안이 산다’ 저자 △YTN 라디오 ‘양소영변호사의 상담소’ 진행 △EBS 라디오 ‘양소영의 오천만의 변호인’ 진행 △MBN 한 번쯤 이혼할 결심, KBS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출연
3년 전, 아내를 만났습니다. 대기업에 다니는 아내는 예쁘고 예의도 바르고 흠잡을 데가 없었죠. 결혼을 전제로 사귀던 중 아내가 임신했고, 서둘러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결혼한 지 7개월 만에 아내는 딸을 낳았고요.

그런데 기막힌 일이 벌어졌습니다. 집으로 소장이 날아왔는데 소송을 당한 것은 아내였습니다. 내용을 보니, 아내가 수년 전부터 사귀던 유부남이 있었고 최근까지 만남을 이어왔으며 유부남의 아이를 가졌다가 낙태까지 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유부남의 배우자가 제 아내를 상대로 손해배상 5000만원을 내놓으라며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아내는 “억울하다, 그런 적이 없다, 소장의 내용은 전부 거짓말”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내에 대한 의심은 풀리지 않았고, 혹시나 하는 생각에 딸과 저의 유전자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딸은 제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그제야 아내는 그 남자와 사귀었던 것도, 낙태도 다 사실이라고 털어놓았고 제발 한 번만 용서해달라며 제 앞에서 무릎을 꿇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내를 용서할 수 없습니다. 아내와의 혼인 관계를 법적으로 완전히 없던 것으로 돌리고 싶은데 어떻게 대응하면 될까요?

-혼인 관계를 완전히 없던 것으로 되돌릴 수 있을까요?

△혼인관계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혼인 무효 소송, 혼인 취소 소송 그리고 이혼 청구가 있습니다. 혼인 무효 소송은 애초에 당사자 간 혼인의 의사가 없거나 근친혼과 같은 법정 사유에 해당할 경우에만 해당되는 방법입니다. 사연의 경우에는 혼인무효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고, 혼인 취소나 이혼의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혼인 취소는 가능할까요?

△민법 제816조 제3호는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해서 혼인의 의사 표시를 한때에는 법원에 혼인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사기는 우리가 흔히 쓰는 용어와 달리 혼인 의사를 결정시킬 목적으로 혼인 당사자의 일방 또는 쌍방에게 허위 사실을 고지하거나 또는 말해야 하는 사실을 알리지 않음으로써 상대방한테 착오를 일으켜 혼인 의사를 결정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즉, 혼인 취소 사유가 인정될 정도의 사기에 해당하려면 상대방이 속이거나 알리지 않은 사실이 혼인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당사자가 만약에 그러한 사실을 알았으면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까지 인정돼야 합니다.

-법원에서는 어떤 경우에 혼인 취소 판단을 하나요?

△판례를 살펴보면, 자신의 직업, 수입 등을 다소 과장한 정도로는 혼인 취소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혼전 성관계로 임신해서 혼인을 했지만 출산한 아이가 다른 사람의 아이로 밝혀진 경우, 두 차례 혼인을 하였음에도 미혼이라고 속이고 혼인한 경우, 횡령, 사기의 범죄 행위로 징역형을 선고받고도 단순히 사업상 채무로 인해서 민사 재판을 받고 있다고 속여서 혼인한 경우 이러한 사례는 혼인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부정행위는 물론 낙태까지... 사연자는 혼인 취소 사유로 인정될 수 있을까요?

△낙태나 출산 이력이 범죄 피해로 인해 발생된 경우처럼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발생된 것이라면 이는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속하는 사정일 뿐만 아니라, 사회통념상 피해 사실을 고지한다는 것을 기대하기도 어렵고, 고지하지 않은 행위를 비난할 수도 없어 혼인 취소 사유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판례입니다.

그러나 사연의 경우는 다릅니다. 사연자의 아내는 자신의 의사로 부정행위라는 잘못을 저지르고 낙태까지 하고도 이 사실을 숨겼고, 임신한 아이가 사연자의 아이가 아님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사연자의 아이로 속여 사연자와 혼인했습니다. 사연자가 혼인을 결심한 데는 아내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이 결정적이었고, 아내의 부정행위나 낙태 사실을 알았다면 아내와 혼인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사연의 경우에는 충분히 혼인 취소가 가능해 보입니다.

-혼인 취소 소송을 할 때 주의할 점이 있을까요?

△민법 제823조는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한 혼인은 사기를 안 날 또는 강박을 면한 날로부터 3월을 경과한 때에는 혼인 취소를 청구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만약, 사연자가 유전자 검사를 통해 자녀가 자신의 아이가 아님을 알고도 3개월 내 혼인 취소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사연자는 더 이상 위 사유로 혼인 취소를 청구할 수 없고, 위 기간을 넘겨서 제기된 사연자의 혼인 취소 소송은 각하됩니다. 이처럼 법이 정한 제척기간을 넘기면, 혼인 취소가 아닌 이혼 소송만 가능하게 되니 기간 준수에 반드시 유의해야 합니다.

-아이는 지금 친자로 돼 있을 텐데요. 이 부분은 어떻게 정리를 하나요?

△사연자의 아내가 혼인한 지 7개월 즈음 아이를 출산했으므로, 이 아이는 사연자의 아이로 추정됩니다(민법 제844조 제2항). 사연자와 아내의 혼인이 취소되거나 두 사람이 이혼에 이르더라도 사연자와 아이의 법적 부자관계는 계속 이어지므로, 사연자는 아이와 자신의 관계를 정리하기 위한 별도의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친생 부인의 소인데요. 사연자는 아내나 아이를 상대로 자신의 아이가 아님을 안 날로부터 2년 내에 친생 부인의 소를 제기해야 합니다. 친생 부인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이 확정되면, 사연자와 아이의 부자관계는 소급해서 소멸하고, 사연자는 판결확정일로부터 1개월 내에 판결등본과 확정증명원을 첨부하여 가족관계등록부의 정정을 신청하면 됩니다.

※자세한 상담내용은 유튜브 ‘양담소’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는 양소영 변호사의 생활 법률 관련 상담 기사를 연재합니다. 독자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법률 분야 고충이나 궁금한 점이 있다면 사연을 보내주세요. 기사를 통해 답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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