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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A씨는 외벌이로 생계를 이어온 B씨와 다툼이 잦았다. 자주 음주를 하던 A씨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각서를 썼지만 또다시 음주를 했다. 아내가 이를 나무라며 자필 각서에 쓴 대로 ‘병원에서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요구하자 홧김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사건과 관련 1심 재판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하고 34년간 함께 결혼 생활을 한 배우자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죄질이 나쁘다. 자녀들도 큰 충격에 빠졌고 A씨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A씨가 뇌졸증 발병으로 장애 판정을 받고 알코올 의존증이 있는 점, 우발적 범행인 점, 다른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며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2심은 “반성하고 있는 점, 언어 장애가 있고 알코올 중독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인 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은 인정된다. 그러나 아내가 ‘알코올 중독 치료 병원에 입원시키겠다’고 말했다는 이유로 전신에 걸쳐 수십 차례 흉기로 찌른 중대 범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필사적으로 달아나는 데도 추격해 아래층 계단 복도에서 범행을 이어갔다. 범행 이후에는 태연하게 귀가해 흉기를 씻고 입었던 바지를 버리기도 했다”며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고통과 공포 속에서 33년 이상 함께 살아온 배우자의 손에 피해자가 생을 마감했고 자녀 등 유족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7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