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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가격 인상을 내건 곳은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다. 페라리는 지난달 말 미국의 관세 부과가 결정되자 4월 2일 이후 미국으로 수출되는 모든 모델의 가격을 최대 10%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페라리는 이탈리아 북부 마라넬로 공장에서 모든 차량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관세 조치로 인해 수익성에 타격이 예상된다며 가격 인상 결정에 대해 설명했다.
페라리 측은 “(관세 부과로 인해) 이자·법인세 차감 전 영업이익(EBIT)과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마진이 0.5%포인트 가량 감소할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독일 폭스바겐도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폭스바겐은 미국 내 딜러들에게 수입 수수료 인상 가능성을 통보했다. BMW 역시 5월 1일까지는 관세 인상분을 회사가 전액 부담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후엔 차량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BMW의 대표 모델인 ‘3시리즈’ 세단은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넘어간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수익성에 부담이 생길 수 있는 C클래스 등 엔트리 모델의 미국 수출 중단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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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완성차 업계의 결정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중인 토요타의 가격 동결이 영향을 미쳤단 분석이 나온다. 토요타는 미국 내 재고를 활용해 판매를 이어가고 원가 절감 등을 통해 비용 증가분을 자체적으로 흡수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문제는 관세 적용 장기화 시 나타날 손해다. SK증권에 따르면 현대차가 미국에서 판매가격 인상 없이 전년 수준의 판매량을 유지할 경우 연간 약 5조2000원의 영업이익 감소가 예상된다. 기아 역시 가격 동결 상태에서 지난해 판매량을 유지하면 2조9000억원의 영업이익 감소가 나타날 것으로 추정됐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토요타가 가장 먼저 가격 동결을 발표한 뒤 가격 인상을 딜러들과 논의하던 현대차그룹도 동결 결정을 내린 만큼 가격 동결 기간은 시장 분위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미국으로 보내 둔 재고 물량이 소진된 이후에도 수익 감소분을 견디긴 쉽지 않을 것이다. 일부 가격민감도가 덜할 고급 모델을 위주로라도 먼저 가격을 올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