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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선고가 차일피일 밀리고 있다. 이미 역대 대통령 사건 중 최장 기록을 넘어선 상황에서 헌법재판소는 20여 일째 숙의를 거듭하며 아직까지 최종 선고일 지정조차도 하지 못하고 있다. 탄핵 찬반을 둘러싼 극단적 분열 상황이 계속되면서 정국 혼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달 14일 국회 탄핵소추안 의결안을 접수 받은지 94일째, 지난달 25일 최종 변론 이후 21일째 윤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를 이어가고 있다. 이미 종전 최장 기록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기간(91일)을 넘어섰다.
윤 대통령 탄핵사건의 주요 쟁점은 크게 네 가지다. 12·3 비상계엄 요건 위반, 절차적 정당성을 따지는 위법적 국무회의, 국회와 선관위 장악 지시, 정치인 체포 지시 등이다. 이 중 하나라도 중대한 헌법 또는 법률 위반이라고 인정되면 탄핵될 수 있다.
헌재 결정에 따라 대통령직 파면(인용시) 또는 직무 복귀(기각·각하시)가 결정되기 때문에 정치권과 탄핵 찬반 지지층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헌재 선고 이후 극단적 대립을 보이는 양측 지지층이 충돌하거나 정치인 테러, 제2의 서울서부지방법원 폭동 등과 같은 소요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정치권 원로들은 여야 지도부들이 직접 만나 각 당이 당론으로 정한 ‘헌재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협의문을 만들거나 공동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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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선고 날짜가 예상보다 더 늦어지면서 4월 초에 나올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경우 진보 성향으로 알려진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선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선고 등이 변수로 꼽힌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헌재 재판관들의 정치적 편향성이 의심받는 상황에서 중대한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의견이 갈리면 논란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탄탄한 법리를 바탕으로 최대한 만장일치 의견을 내는 방향으로 결론이 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