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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업계에 따르면 천재교육 관계사 천재교과서는 지난 21일부터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디지털 학습지 ‘밀크티’ 사업부를 중심으로 부서별 구조조정 대상자에게 개별 면담을 통해 해고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조정 범위나 감축 목표 인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천재교과서 내부에서는 전체 직원의 절반에 달하는 700명 수준을 감축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권고사직이 아닌 ‘권고이직’이라는 명목으로 부당해고를 종용했다는 논란도 확산하고 있다.
전날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글을 올린 작성자는 “천재교육이 700명 이상의 권고사직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라며 “면담 시 ‘권고이직’이라는 말장난으로 실업급여 및 위로금을 지급하지 않고 직원들을 내보내려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천재교육 관계자는 “블라인드 게시글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면서도 구조조정 절차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천재교과서 측은 정부의 AIDT 정책 변화로 손실이 늘어 인력 구조조정을 통한 경영 효율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교육부가 올해 전면 도입하기로 했던 AIDT 채택 여부를 학교 재량에 맡기면서 현장 적용이 부진한 점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천재교육 관계자는 “교육부가 올해 AIDT를 전면 도입하기로 하면서 회사는 그동안 막대한 개발비용을 투자해 왔다”면서 “AIDT 적용 여부가 자율 선택으로 바뀌면서 큰 손실을 보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AIDT 관련 부서에도 인력을 늘려왔는데 손실이 너무 커서 더이상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부득이하게 사업 축소로 인해 인력 효율화에 나섰다”고 해명했다.
당초 교육부는 올해 3월부터 초등학교 3·4학년과 중·고등학교 1학년의 영어·수학·정보 교과에 AIDT를 도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국회에서 AIDT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통과하면서 업계와 갈등을 빚었다. 결국 정부가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대신 AIDT 채택을 학교 재량에 맡기기로 했다. 그 결과 전국 초·중·고교 1만 1921곳 가운데 3849곳만 AIDT를 도입하면서 채택률이 32.3%에 그쳤다.
AIDT 후폭풍은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 들어 아이스크림에듀(289010)와 비상교육(100220)에 이어 천재교과서까지 구조조정에 착수하면서 피해가 잇따르는 모습이다. 아이스크림에듀는 전체 인력의 30%를 줄인다는 목표로 지난달부터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다. 비상교육은 초중등 스마트 학습 브랜드인 ‘온리원’ 사업부를 축소하고 AIDT 사업부 인력을 재배치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구조조정 칼바람이 연달아 몰아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교과서 검정에 합격한 출판사·발행사 12곳은 AIDT 개발을 위해 수십억~수백억원을 투자한 만큼 수익성 악화로 인한 경영 효율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천재교과서의 대규모 구조조정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다른 업체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업계 전반에서 AIDT 등 디지털 전환을 위해 투자를 늘려온 만큼 계약직 재고용을 중단하는 등 인력 재배치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