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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실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고양시가 내년까지 지식산업센터 6곳을 더 늘리겠다고 밝히면서 분양가보다 낮아진 매물이 급하게 쏟아지고 있다. 경기가 풀리면 공실이 채워질 것이란 기대에 다달이 나가던 대출이자와 관리비를 내며 버티던 분양자들이 추가 공급 선언에 결국 못버티고 ‘눈물의 세일’에 돌입했다.
고양시 덕은동 인근 향동지구의 한 지식산업센터 전용면적 102㎡(31평) 사무실 분양가는 7억원에 육박했지만 지금은 5억 5000만원에 매물로 올라와 있다. 일대 부동산 앞 ‘면적대비 아주 저렴한 오피스 매물’이라는 홍보 문구가 시장 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었다.
지식산업센터 분양을 받은 한 투자자는 “2021년 분양 당시 시행사가 사업자등록증도 보지 않고 무조건 분양을 내줬다”며 “당연히 기업들이 줄 서서 들어올 줄 알았고 임대료 받는 데는 문제가 없을 줄 알았는데 분양받은 지 2년이 다 되도록 관리비에 대출이자만 나가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어 “지식산업센터 추가 공급 소식에 경매로 넘어가는 것보다 낫다고 보고 속이 타지만 가격을 낮춰 매물로 내놨다”고 말했다.
지식산업센터는 당초 정보통신 스타트업이나 제조업들을 한곳에 모아 시너지를 내기 위해 수분양자들에게 취득세·재산세를 깎아주는 등 각종 세제지원과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혜택을 주며 탄생했다. 하지만 수분양자들은 지식산업센터에 입실하려는 사업자가 아니라 전매(분양을 받은 후 되파는 행위) 등을 통해 수익을 얻으려는 투자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지식산업센터는 실제 수요와 관계없이 투기 붐에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공실이 커지는 지금에 이르게 됐다.
“원수에게 권한다” 지산의 몰락 “서울인데, 마피도 안 팔려”
서울 금천구에서 지식산업센터를 분양받은 투자자는 “서울인데도 벌써 (임대 전부터) 마이너스피(당초 분양가보다 낮게 매도)가 나왔다. 문제는 마피에도 안 팔린다는 점이다. 임차인도 못 구하면서 고스란히 대출이자와 관리비 등 생돈이 나가게 생겼다”며 “이것도 못 버티면 결국 경매로 내몰릴 수밖에 없어 요즘 잠이 안 온다”고 한숨을 쉬었다.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지식산업센터가 한창 잘 나갈 때는 평당 매매가가 2000만원인 물건도 금방 팔렸는데 지금은 평당 1700만원대도 매수 문의가 아예 안 들어온다”며 “해마다 지식산업센터나 오피스 등 신축건물이 계속 들어서고 그만큼 경쟁이 심해지면서 역에서 조금이라도 멀고, 1년이라도 더 먼저 지어진 구축들은 매매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급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최근 부동산 투자 시장에서 지식산업센터는 ‘원수에게 권하는’ 상품 중 하나가 됐다.
부동산 시장이 호황기에 진입하던 2018년부터 정점을 찍은 2021년까지 건축허가를 받은 전국의 지식산업센터 수는 총 315곳이다. 정확한 호실에 대한 통계는 나와 있지 않지만, 대략 1곳 당 최소 100호실이라고만 쳐도 3만호실이 넘는 수분양자들이 현재 입주를 시작했거나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 지식산업센터 공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곳 역시 추가로 지식산업센터가 더 공급되면서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첨단산업 육성을 명목으로 지자체의 성과를 돋보이기 위해 지식산업센터를 추가로 더 짓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