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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대상은 크레센도가 보유 중인 HPSP 지분 40.9%다. 이날 종가 기준 HPSP 시가총액은 2조6427억원으로, 해당 지분 가격은 약 1조원 수준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매각 가치는 최대 2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크레센도는 지난 2017년 프로세토 6호 펀드를 통해 HPSP 지분 51%를 106억원에 인수했다.
HPSP는 2005년 설립된 반도체 선단 공정에 필요한 공정 장비 제조 회사다. 고압수소어닐링(HPA)과 고압산화공정(HPO) 장비를 국내외 파운드리 반도체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물론 전세계 메모리·파운드리 1~4위를 차지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대부분 고객사로 올라 있다. 작년 3분기 누적 기준 전체 매출(1148억원) 중 수출 매출이 1009억원으로 88%에 달할 정도로 수출 비중이 높다.
크레센도 품에서 HPSP는 외형 성장을 거듭했다. 인수 직후인 2018년 24억원 수준이던 매출은 2022년 코스닥 상장 후 1593억원, 2023년 1791억원으로 급증했다. HPSP가 보유한 기술 경쟁력과 업계 내 독점적인 지위, 여기에 반도체 공정의 미세화라는 트렌드와 맞물려 가파른 실적 성장이 가능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크레센도는 이번 HPSP 매각으로 최대 1조원 가량의 현금을 챙길 전망이다. 2022년 7월 상장 당시 크레센도는 구주매출 없이 100% 신주모집했다. 의무보유 기간도 자발적으로 2년 늘린 2년 6개월로 설정해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부담도 줄였다. 상장 이후 배당도 최대주주를 제외한 일반 주주에게만 매년 주당 150원씩 진행하며 주주 친화적인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크레센도는 지분 매각 이전에 투자 원금 회수를 마친 것으로 보인다. 매각이 본격화된 올해 2월 이사회에서 상장 후 처음으로 최대주주에게도 배당을 지급하기로 의결하면서다. HPSP는 주당 600원으로 총 482억원을 배당금으로 책정했는데, 이가운데 197억원이 최대주주에게로 돌아간다. 또 크레센도는 상장 이전 2019~2020년 배당금으로 156억원 가량을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 배당으로만 투자원금의 3배 이상을 챙긴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