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간첩단 적발된게 엊그제인데[검찰 왜그래]

이배운 기자I 2023.06.03 10:10:10

北지령문 "민심의 반감 분출시키고 사회 혼란 일으켜라"
자중·자정·반성은 없고…막무가내식 反정부 행동만 계속
질서·법치에 도전하는 초강경 행보, 국민적 불신만 자초
檢 "사회변화에 맞춰 공작 방식도 진화…국민보호 최선"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지난달 10일 검찰이 발표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간첩단’ 수사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민주노총 전현직 핵심 간부 4명이 북한의 대남공작기구 지시를 받아 조직적으로 반정부활동을 벌인 사실이 낱낱이 드러난 것입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달 17일 서울 세종로 일대에서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검찰은 일당의 사무실·주거지에서 북측 지령문 90건과 보고문 24건을 발견했습니다. 역대 국가보안법 위반사건 중 최다 규모입니다. 일당이 민주노총 요직을 꿰차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점을 감안하면 개인적 일탈로 치부하고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이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총회장님’, 북한 문화교류국은 ‘본사’, 민주노총은 ‘영업1부’로 칭하고 서로를 ‘지사장’ ‘팀장’ 등으로 부르며 위장막을 펼쳤습니다. 민주노총 장악 및 새인물 포섭을 위한 치밀한 로드맵을 구축했고, 엄격한 위계질서를 유지하며 주기적으로 충성맹세까지 했습니다.

지령문 내용은 더욱 가관입니다. 2021년 10월 19일 지령문은 “반정부투쟁을 공세적으로 전개해 민심의 반감을 최대로 분출시키고 사회를 일대 혼란 속에 몰아넣는 데 이바지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또 2019년 10월 26일 지령문은 “기백 있는 선동 구호를 많이 만들고 노래패와 춤패의 활동을 활발히 벌여 각 계층의 참가를 끌어내라”고 적혔습니다.

2021년 7월 19일 지령문은 “민주노총이 대정부 공세를 강도 높게 들이대는 기회를 이용해 보수 패거리들이 어부지리를 얻으려 책동하고 있으니 분위기를 심중히 고려해 투쟁형식과 방법을 실정에 맞게 적용하라”며 전략적 접근까지 주문했습니다.
경찰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달 31일 서울 청계광장 인근에서 충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이런 수사 결과가 나온 지 1달도 안 지났는데 민주노총은 자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지령문에 적힌 그대로 반(反)정부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적반하장’이라는 말로도 온전히 표현할 수 없는 기이한 행보입니다.

이들은 지난달 17일 시민의 광장에 돗자리를 펼쳐 밤새 왁자지껄 술판을 벌였고, 며칠 뒤엔 대법원과 대검찰청 일대서 노숙 농성을 시도했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도심 한복판에서 대규모 반정부집회를 열고 불법 구조물 설치를 강행하며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습니다.

이는 “민중의 분노를 폭발시켜 기습 점거 같은 물리적 타격 투쟁으로 유도하라”는 북측 지령을 그대로 이행하려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들 집회가 단순한 ‘소란’을 넘어 우리 사회 질서와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다가온 이유입니다.

공교롭게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일 지면 상당 부분을 할애해 “괴뢰(한국) 전 지역에서 역도 심판 투쟁이 전개됐다”며 민주노총 집회를 비중있게 소개하고 “파쇼 경찰은 폭압 분위기를 조성하며 시위행진을 가로막았다”고 맹비난했습니다.

지난달 17일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대규모 집회가 열렸던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민 수습기자)
민주노총은 자신들이 검찰의 ‘종북몰이’ ‘정치수사’ 피해자라고 호소합니다. 그러나 합리적인 해명과 소통이 부재된 막무가내식 반정부 행동은 구체적인 범죄혐의 물증들 앞에서 설득력을 얻기 어렵습니다. 국민적 불신이 깊게 뿌리박은 책임은 다른 누구도 아닌 민주노총 자신에 있는 것입니다.

한편 검찰 관계자는 민주노총 간첩단 수사 성과에 대해 “변화된 남북관계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대남공작이 계속되고 있음이 확인됐다”며 “사회 변화에 발맞춰 공작 방식도 진화하고 있으며, 북한 공작원이 국내 안보 위협 세력을 장악한 실태도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관계자는 또 “북한의 지령을 받는 일부 노동운동가들은 노조원들이 근무하는 시설이면 어디든 접근해 군사정보 등 기밀을 수집하고 국가기간망 파괴·마비까지 꾸밀 수 있음이 확인됐다”고 우려를 표출했습니다.

그러면서 “검찰은 앞으로도 국가정보원, 경찰 등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안보 위협 세력이 사회 혼란을 일으키는 것을 막고, 국민의 안전한 일상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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