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de:068h
device:
close_button
X

50대 고용 한명 늘때 20대 고용은 한명 줄어…정년연장 해법은

장영은 기자I 2025.04.09 05:00:00

한국은행, ''초고령사회와 고령층 계속근로 방안'' 발간
2016년 법정정년 60세 도입 후 고용시장 살펴보니
청년층 일자리 줄고 조기퇴직 증가…임금은 감소
"임금체계 개편 없는 정년 연장은 부작용 초래"
"日처럼 퇴직 후 재고용 단계적으로 도입하자"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정년연장이 청년층의 고용과 임금을 감소시키는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고령 인력의 효율적인 활용과 의도치 않은 부정적인 영향을 막기 위해 임금체계 개편과 함께 ‘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도입하자는 제언도 뒤따랐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50대 근로자 1명 증가할 때 20대 고용은 1명 줄어

한은은 8일 발간한 ‘초고령사회와 고령층 계속근로 방안’ 보고서에서 2016년 법정정년 하한(60세) 도입 이후 고령층(55~59세) 근로자 1명이 늘어날 때 청년층(23~27세) 근로자는 평균 1명(0.4~1.5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법정정년 시행은 300인 이상 기업 기준으로 평균적으로 약 2.8년의 정년 연장 효과가 있었다.

고령층 고용은 좋은 일자리로 분류되는 상용직을 중심으로 증가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상용직 고령층 고용률은 2.3%포인트(약 10만명) 늘었다. 고령층 전체 임금근로자 고용률은 1.8%포인트(약 8만명) 증가했는데, 정년 연장 이후 임시·일용직 고용이 줄었기 때문이다. 반면, 같은 기간 청년층 임금근로자 고용률은 6.9%포인트(약 11만명) 감소하며 전체적으로 일자리가 감소했다. 50대 중반 이후 고령층이 더 일하게 되는 대신 사회에 처음 진입하는 20대 중후반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 문턱은 높아졌다는 뜻이다.

오삼일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장은 “임금체계 변화 없이 정년을 연장하면서 기업들이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조정이 쉬운 신규 채용을 줄였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정년연장에 따른 고령층 고용 증가 효과가 컸던 유노조·대기업에서 청년층 고용 감소도 컸다”면서 “청년 고용상황 악화가 출산율과 혼인율에도 악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정년연장에 따른 고령층 고용 증가 혜택이 유노조·대기업 일자리에 집중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점 중 하나로 꼽히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또 다른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조기 퇴직이 증가하면서 애초에 노린 고령층 계속 고용의 효과는 줄어들고, 청년층 고용 감소 타격만 남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임금근로자 기준 고령층 고용 증가 효과는 2016~2019년 2.3%에서 2020~2024년 1.3%로 감소했지만, 청년층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6%에서 -6.4%로 오히려 소폭 확대됐다.

2013년 대비 2023년 임금 변화에 정년 연장이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평균적으로 임금을 0.06% 감소시켰으며. 감소폭은 중년층(36~54세), 청년층(16~35세), 고령층(55~59세) 순서였다.

이미 초고령사회 진입한 韓…정년연장보단 ‘퇴직 후 재고용’

그렇다고 정년 연장을 터부시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는 저출생·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이미 지난해 말 기준 ‘초고령사회’(65세 인구 비중이 20% 이상)에 진입했다. 향후엔 인구 고령화가 더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늘어나는 고령층의 대다수는 계속 일하기를 원한다. 청년층에선 취업할 의지나 시도 없이 ‘그냥 쉬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한은은 향후 10년간 노동공급이 141만명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현재 노동공급량의 6.4%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10년 동안 국내총생산(GDP)을 3.3%(연 0.33%)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향후 10년간 평균 잠재성장률 추정치의 5분의 1에 해당한다.

반대로 고령 인구의 노동력을 잘 활용하면 잠재성장률 하락을 방어할 수 있다. 오 팀장은 “65세까지 계속근로가 가능할 경우 향후 10년간 성장률을 0.9~1.4%포인트, 연 0.1%포인트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기존 정년 퇴직 이후 국민연금 수급 개시 전 소득 공백 기간(60~64세) 동안 정부가 제공하는 노인 일자리에 종사할 때보다 월 소득이 179만원 증가하고, 65세 이후 연금 수령액도 월 14만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직급과 임금 조정을 병행해 ‘퇴직 후 재고용’을 도입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고령층 계속 근로 효과를 내면서 청년층과 기업 부담은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보자는 취지다. 고령층 입장에서도 본인의 경력과 상관 없는 노인 일자리나 위험도가 높은 자영업을 선택하는 것보다 나을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 깔려있다.

재고용의 경우 초기에는 정부에서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자율적인 재고용 확산을 유도하고, 이후 점진적으로 기업에 재고용 의무를 부과하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한은측 권고안이다.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60세 정년→ 65세 고용확보 → 70세 취업기회확보’로 이어지는 계속근로 로드맵을 1998년부터 2025년까지 약 30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도입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Not Authoriz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