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회장은 27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크라운관에서 열린 경희대 경영대학원 설립 60주년 기념 특별강연에서 ‘글로벌 자본시장, 청년의 미래, 그리고 한국경제의 새로운 길’을 주제로 이같이 말했다.
박 회장은 반도체 산업의 공급 구조에 주목했다. 그는 “전기차 스타트업까지 합치면 자동차 회사는 300개가 넘고 배터리 회사도 수십 개에 이른다”며 “(이런 이유로)자동차·배터리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밸류에이션이 높게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메모리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만들 수 있는 회사는 중국 창신메모리(CXMT)까지 포함해 4곳뿐”이라며 “AI 혁명은 이제 10~20% 정도 왔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미국의 관세 압박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버티는 이유도 반도체에서 찾았다. 그는 “삼성전자 메모리와 SK하이닉스 HBM이 없으면 엔비디아가 돌아가지 않는다”며 “젊은 세대가 살아갈 한국은 이 흐름이 이어지면 훨씬 더 좋은 장면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이 세계 5대 경제 강국에 들어갈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내놨다.
다만 경쟁 구도는 냉정하게 봐야 한다고 했다. 박 회장은 “미국이 중국에 하는 걸 보면 CXMT 물량이 나와도 미국이 사겠느냐”며 “향후 10년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진짜 경쟁자는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리는 마이크론”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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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회장은 투자 원칙과 관련해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분명히 했다. 그는 “레버리지 ETF를 좋아했다면 홍콩과 뉴욕에서도 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며 “한국 고객들이 들어가 손해를 볼까 봐서”라고 말했다. 이어 “자산 가격이 변하니 실수는 할 수 있지만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며 “회사 이익을 위해 상품을 만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환율에 대해서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 관료들은 원화 강세여야 국민소득도 높아 보이고 수입 물가도 싸진다고 생각한다”며 “그건 옛날 경제학”이라고 했다.
일본은 엔화 약세로 제조업 부흥을 꾀하고 중국도 위안화 약세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제조업이 경제의 큰 축인 한국이 원화 강세를 반기는 것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박 회장은 “반도체만 살아남으면 나라가 되느냐”며 “자동차·철강·배터리 등 지켜야 할 제조업이 많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의 산업 전략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했다. 그는 미국의 ‘마가(MAGA)’는 제조업 기반이 약해진 미국 입장에서 당연한 선택이고, 중국은 기술 굴기로 세계 최강의 제조업 국가가 됐다고 평가했다. 미국 보조금을 믿고 현지 투자에 나섰던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 대해서는 “순진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배당 논란에 대해서는 “배당에 아주 부정적인 사람은 아니다”라며 “배당 수익률이 투자 수익률보다 좋으면 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금융과 소비가 이끄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경기 순환을 타고 수출에 의존하는 제조업 국가라는 점을 들어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지금도 배당을 받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박 회장은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로 부동산을 꼽았다. 그는 “아파트는 떨어질 가능성이 많다”며 공급 해법으로 규제 완화를 제시했다. 강남이나 종로의 3층, 20층짜리 건물을 고층으로 다시 지으면서 “20층까지는 오피스, 그 위는 아파트”로 허용하면 재건축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서울 인근 골프장을 10·20·30평형 임대주택 부지로 전환하는 방안도 언급했다. 그는 “서울은 20~30분만 가면 산이 있어 녹지가 부족하지 않다”며 “재건축 얘기를 왜 자꾸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박 회장은 이날 미래에셋의 해외 인수합병(M&A) 계획도 밝혔다. 박 회장은 “M&A는 제가 결정한다”며 “이사회를 통과해야 하니 아마 곧 하나가 더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회는 오는 29일 예정돼 있다.
그는 이어 “과거엔 베트남 등에도 갔지만 앞으로는 한국보다 큰 경제로 간다”며 “가장 하고 싶은 곳은 미국과 중국”이라고 했다. 중국 본토 M&A는 연내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작은 나라에서 M&A를 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인수 원칙으로는 ‘전략적 프리미엄’을 강조했다. 대우증권 인수 당시 동원 가능한 최대 금액인 3조원에서부터 가격을 내려오는 방식으로 접근했다는 것이다. 그는 “회계법인이 가져온 내재가치에서 밑으로부터 올라가면 전략적 M&A는 안 된다”며 “전략적 가치가 있는 회사에는 프리미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ETF 운용사 글로벌X 역시 경쟁자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해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관심사로는 자산 규모가 큰 회사보다 “AI 로보어드바이저를 할 수 있는 회사”를 꼽았다.
한편 박 회장은 자신을 둘러싼 이른바 ‘술 파티’ 소문은 정면으로 부인했다. 그는 “완전히 거짓말”이라며 “저는 양주파가 아니라 와인파”라고 말했다. 이어 “미래에셋이 그 오랜 세월 동안 스캔들 없이 지나왔겠느냐”며 “절대 믿지 마시라”고 했다.
![[포토] 경희대학교 특강하는 박현주 회장](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10/PS26102701618.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