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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에 고물가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빵, 스낵 가공식품부터 채소, 과일 신선식품까지 가격이 줄줄이 오르며 소비 자체를 줄이는 ‘노바이족’이 늘고 있어서다. 소비자 사이에서는 돈 쓰지 않는 날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하는 ‘무지출 챌린지’, 할인 등을 활용해 지출을 줄이거나 혜택을 챙기는 ‘짠테크’(짠돌이+재테크) 방법들이 인기다. 업계는 상시 파격 할인, 자체브랜드(PB) 확대 등 방법을 꺼내 들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분위기다.
18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쌀을 포함한 곡물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02.63으로 전년(99.34)대비 3.3% 상승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이래 3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특히 채소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8.2%로 2020년 이래 상승 폭이 가장 컸다. 과일 역시 17%를 기록했는데 이는 2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극심한 고물가는 장보기 패턴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공개한 지난해 대형마트의 월별 구매 건수·단가에 따르면 대부분 전년대비 감소세가 나타났다. 이른바 대목 시즌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설 명절이 있는 1월, 나들이 철인 4∼5월, 여름 휴가철인 7월, 추석이 있는 9∼10월, 연말인 12월 모두 구매 건수·구매단가가 동반 감소했다. 2023년 구매 건수·구매단가가 함께 감소한 달이 1월, 8월, 10월 석 달에 불과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구매 건수 추이만 보면 2023년에는 단 두 달만 전년대비 감소세를 보였다. 반면 지난해에는 그 수가 일곱 달로 늘었다. 연간 평균 구매단가 역시 5만 95원에서 4만 9966원으로 0.3% 줄었다. 보통 물가가 오르면 구매단가도 오른다. 하지만 지난해는 고물가 속에서도 구매단가가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소비자들이 장보기 횟수를 줄이고 싼 것만 구입했다는 이야기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침체 영향으로 지난해 소비자의 가격 민감도가 높았던 것 같다”고 해석했다.
◇“초저가만 팔린다” 마트 PB 늘리고 365일 파격 할인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업계의 초저가 경쟁은 더욱 뜨거워지는 양상이다. 이윤을 줄이면서까지 가격을 낮춘 PB 상품이 대표적이다. 가공식품부터 신선식품까지 구색을 확대 중이다.
대규모 할인행사는 이제 일상이 됐다. 이마트는 지난해부터 월 단위 가격 파격 행사와 분기별 가격 역주행 행사를 열고 있다. 특히 올해는 연 단위 할인 행사 ‘고래잇 페스타’를 5회 이상 추가로 진행할 예정이다. 롯데마트는 올해 물가 잡기 캠페인 ‘더 핫’을 진행 중이다. 캠페인은 매주 3개 품목을 초저가에 파는 ‘이번주 핫프라이스’, ‘이달의 핫 PB’ 등 할인 행사로 구성됐다.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가 극심해지면서 이젠 ‘정말 싸다’고 느껴질 정도가 아니면 아예 사지 않는 고객들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비슷한 품질이라면 더 싼 상품에 몰리는 경향성이 짙어지면서 PB 등 초저가 제품 확대는 업계의 필연적 수순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