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는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KBO 포스트시즌 준PO 5차전에서 LG트윈스에 1-4로 패했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 2승 3패로 플레이오프(PO)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KT는 이번 가을야구에서 또 다른 승자였다. 정규시즌에서 SSG랜더스와 공동 5위를 차지해 5위 결정전을 치러야 했다. 그 경기에서 총력전을 펼쳐 간신히 승리, 가을야구 막차 티켓을 거머쥐었다.
5위 결정전을 치른 뒤 하루도 못 쉬고 곧바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섰다. 상대는 정규시즌 4위 두산베어스였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최대 2경기를 치르는데 그 중 한 경기라도 패하거나 최소 비기기만 해도 그대로 탈락이다. 5위팀은 무조건 2경기를 다 이겨야 한다. 게다가 2경기 모두 4위팀 홈구장에서 열린다.
기본적으로 5위팀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그래서 역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선 모두 4위팀이 5위팀을 이기고 준PO에 올랐다. 그런데 올해는 달랐다. KT가 두산을 2경기 연속 영봉승으로 누르고 준PO에 올랐다. 5위팀이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통과해 준PO에 진출하는 최초의 역사를 썼다.
정규시즌 4위 팀 LG와 만난 준PO에서도 KT의 질주는 멈출 줄 몰랐다. 예상을 뒤엎고 1차전을 먼저 따내면서 또 한 번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마법’을 부리는 듯했다. 이후 2, 3차전을 내줬지만 4차전을 이기면서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투지를 보여줬다.
아쉽게 5차전을 LG에 내주면서 KT의 돌풍은 막을 내렸다. 하지만 올 시즌 유독 굴곡 있는 시즌을 보낸 KT는 내년 시즌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충분히 얻었다.
시즌 전 우승후보로 꼽던 KT는 고영표, 엄상백 등 주축 투수의 부상으로 최하위까지 떨어졌다가 후반기 살아나면서 가을야구에 턱걸이했다.
이번 가을야구를 통해 토종에이스 고영표의 강력함을 다시 확인했다. 팔꿈치 수술을 받고 회복한 소형준도 건강하게 내년 시즌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신도 얻었다. 마무리 박영현과 중간계투 김민 등 젊은 투수들의 성장도 고무적이다.
다만 오재일, 황재균 등 베테랑 타자들의 노쇠화가 뚜렷한 점은 KT의 숙제다. 몇 년째 확실한 왼손 불펜 없이 시즌을 치르고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준PO에서 LG의 왼손군단에 고전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믿을만한 내·외야 및 포수 백업이 없다는 점도 KT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준PO 5경기에서 LG에 도루를 12개나 허용한 것은 KT로선 생각해볼 부분이다.
이강철 KT 감독은 “계속 벼랑 끝에서 경기를 치렀는데, 우리 선수들이 잘 버텼다”며 “마지막 운이 LG에 간 것 같다.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아울러 “시즌 막판 몸 상태가 안 좋았던 선수들이 돌아오고 투수진이 갖춰져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기대보다 더 멀리 온 것 같다”며 “고영표, 소형준이 힘든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잘해준 만큼 내년 시즌은 잘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