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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 일찍 티잉 그라운드에는 진행요원이 준비를 서둘렀다. 티박스 뒤쪽의 흰색 테이블 위에는 볼 마커와 골프티, 연필 등을 담은 상자등이 정돈돼 있고, 아래엔 의자에 맺힌 이슬을 닦기 위한 수건도 보였다. 하나둘 준비를 끝낼 때마다 분위기는 점점 엄숙해졌다.
오전 7시 16분이 되자 티잉 그라운드에 설치된 안내판에 개리 플레이어(남아프리카공화국)와 잭 니클라우스 그리고 톰 왓슨(이상 미국)의 이름이 붙였다. 옆에는 숫자로 ‘89, 85, 75’가 함께 붙었다. 차례로 명예 시타에 나서는 플레이어, 니클라우스, 왓슨의 나이다.
오전 7시 20분쯤 되자 1번흘 티잉 그라운드 주변으로는 발 디딜 틈이 안 보였다. 티박스 앞쪽으로는 100m 이상 길게 줄이 늘어섰고, 뒤에도 수십 겹의 인파로 둘러싸였다.
4분 정도 지나 박수 소리가 들렸다. ‘골프의 영웅’들이 클럽하우스를 나와 1번홀로 향했다. 곧이어 주변에 앉아 있던 팬들은 일제히 일어나 기립박수로 영웅의 등장을 환영하며 경의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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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메이저 대회 통산 18승에 마스터스 통산 6회 우승으로 최다 기록을 보유한 ‘리빙 레전드’ 니클라우스가 티박스 앞에 섰다. 85세로 거동이 불편한 니클라우스는 티를 꽂는 것도 힘겨워 보였다. 몇 초 동안 티를 꽂고 공을 올려놓고 나서야 “한 번에 했다”고 말하자 갤러리가 환호하며 웃었다. 니클라우스가 친 공은 플레이어가 친 공과 비슷한 방향으로 날아갔다. 꽤 멀리 날아가자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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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영웅들의 시타가 끝나자 리들리 회장은 “이제부터 제89회 마스터스의 개막을 시작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팬들은 함성으로 마스터스의 시작을 알렸다. 개막 이벤트를 모두 마친 시각은 오전 7시 32분으로 딱 7분 동안 진행됐다.
마스터스의 전통 중 하나인 명예 시타(Honorary Starters)는 1963년 시작됐다. 일반적으로는 1라운드 첫 조의 티샷 20분 전에 1번홀에서 진행한다. 이날은 7시 40분 1조 출발 15분 전에 시작했다. 올해 95명으로 지난해보다 6명 출전 선수가 늘어나 경기 시간이 길어질 것에 대비해 작년보다 첫 조 출발 시간을 20분 앞당겨 명예 시타 행사도 5분 빨리 시작했다.
최초 명예 시타자는 조크 허치슨과 프레드 매클라우드였다. 이후 바이런 넬슨, 진 사라젠, 켄 벤투리, 샘 스니드, 아널드 파머 등 골프의 전설들이 시타자로 나섰다. 지금은 플레이어, 니클라우스, 왓슨이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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