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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를 더 특별하게 만드는 건 ‘챔피언스 디너’다. 1952년 골프 전설 벤 호건(미국)의 제안으로 시작된 마스터스 전통 행사다. 전년도 우승자가 역대 챔피언들을 초청해 저녁 식사를 대접한다. 정식 명칭은 ‘마스터스 클럽 디너’다. 참석자들은 친목을 다지며 마스터스의 역사를 기리고 대회가 가진 특별한 의미를 되새긴다. 골프 대회의 가장 훌륭한 전통으로 꼽힌다.
올해 챔피언스 디너는 전년도 우승자 스코티 셰플러(미국) 주최로 9일(한국시간) 열렸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최근 아킬레스건을 수술한 탓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잭 니클라우스(미국), 프레디 커플스(미국) 등 원로 선수들부터 존 람(스페인), 마쓰야마 히데키(일본) 등 최근 우승자들까지 32명 역대 우승자들이 마스터스 우승 상징 그린재킷을 입고 자리했다.
만찬 메뉴도 디펜딩 챔피언이 정한다. 미국 텍사스 지역에서 자라고 현재까지도 살고 있는 셰플러는 ‘텍사스 스타일’의 메뉴를 내놨다. 식전 요리로 ‘한입’ 치즈버거와 스위트 칠리, 스리라차 마요 소스를 곁들인 새우튀김, 셰플러 아버지 식 미트볼과 라비올리(만두와 비슷한 이탈리아 요리)를 제공했다. 주 요리는 텍사스 스타일 칠리와 장작으로 구운 카우보이 립아이 스테이크, 블랙엔드 레드피시였다. 바닐라 빈 아이스크림에 따뜻한 초콜릿 칩 스킬렛 쿠키로 식사를 마무리했다.
2022년 마스터스에서 처음 우승해 이듬해 챔피언스 디너를 처음 경험했던 셰플러는 당시 매콤한 수프를 대접했는데, 당시 참석자들이 너무 맵다며 얼음물을 찾는 바람에 이번엔 덜 매운 칠리 요리를 내놨다고 전했다. 그러나 버바 왓슨(미국), 베른하르트 랑거(독일) 등은 “비상 경보였다. 너무 매워서 소방서에 전화해 불을 끄려고 했다”고 농담하며 여전히 음식이 매웠다고 덧붙였다. 1㎏에 가까운 립아이 스테이크는 다 먹은 선수가 없을 정도로 푸짐했다고 한다.
만찬을 주최하는 우승자의 성격과 정신, 맛, 역사 등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에 챔피언스 디너는 늘 골프 팬들의 관심을 끌어 왔다. 앞서 호주 출신 애덤 스콧은 와규 소고기 랍스터를, 일본인인 마쓰야마 히데키는 일본식 된장 베이스의 은대구살을, 스페인 출신 존 람은 스페인 북부 지역 바스크식 립아이 스테이크를 만찬 메뉴로 선택했다.
맥앤치즈와 알록달록한 콘페티 케이크, 치즈버거와 감자튀김, 밀크셰이크 등 평범한 음식을 내놓은 왓슨, 우즈도 있다. 특히 우즈는 1997년 만 22세 나이에 첫 우승을 한 뒤 이듬해 치즈버거, 감자튀김, 밀크셰이크 등 패스트푸드에 가까운 음식을 대접해, 당시 퍼지 졸러(미국)로부터 “(흑인들이 즐겨 먹던) 프라이드 치킨을 내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졸러는 이 발언으로 거센 비난을 받았다.
한국 선수들도 마스터스에서 우승해 챔피언스 디너로 한식을 내놓을 날을 고대하고 있다. 2020년 마스터스에서 준우승했던 임성재는 “우승하면 한국식 양념갈비를 맛보게 하고 싶다. 모든 선수가 다 좋아할 것”이라며 “내가 직접 갈비를 구워서 대접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