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브스턴스’는 나, 그리고 더 나은 버전의 나와의 지독한 대결을 그린 논스톱 블러디 스릴러다. 제77회 칸국제영화제 각본상과 제49회 토론토국제영화제 미드나잇 매드니스 관객상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은 작품이다. 특히 연출과 각본을 맡은 감독 코랄리 파르자는 단 두 번째 작품만에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는 평을 듣고 있다.
무엇보다 ‘서브스턴스’에서 데미 무어의 캐스팅이 신의 한수였다. 재미있는 사실은 코랄리 파르자에 의하면 데미 무어는 캐스팅 1순위가 아니었다고 한다. “나는 데미 무어는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캐스팅 목록에 넣지도 않았다”고 코랄리 파르자 감독은 털어놨다.
하지만 데미 무어가 이 역할에 관심을 갖고 있었고, 파리에서 만나는 동안 파르자에게 2019년에 발매한 자신의 회고록인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을 선물했다. 파르자는 무어의 회고록을 읽고 “나는 그녀가 이미 모든 두려움과 공포증, 모든 폭력에 맞선 삶의 단계에 있는 사람임을 발견했다. 나는 정말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을 발견했다고 생각했다”며 캐스팅 과정의 일화를 설명했다.
코랄리 파르자 감독은 사냥 여행을 떠난 남자들 틈에 있던 여자가 사냥감이 되어 죽은 뒤 되살아나 불타는 복수를 펼치는 짜릿한 판타지 복수극 ‘리벤지’로 데뷔했다. 토론토국제영화제, 선댄스영화제에서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고, 최고의 장르영화 축제 중 하나인 시체스국제영화제에서 신인감독으로서 이례적으로 오피셜 판타스틱 최우수감독상을 수상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는 국제경쟁부문 최고상인 부천초이스 작품상을 수상하며 그해 영화제 최고의 화제작임 증명했다. 아시아에서 큰 상을 받은 것도 처음이고 ‘올드보이’, ‘악마를 보았다’, ‘추격자’, ‘곡성’ 등 한국영화를 좋아하는 팬임을 증명하듯, 영화제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코랄리 파르자 감독은 ‘리벤지’에서 보여준 독특한 감각을 ‘서브스턴스’에서 확고한 자신만의 작품세계로 구축했다. 한물간 할리우드 스타와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한 여성의 대비로 현대 사회와 할리우드가 가진 여성의 미를 향한 어긋난 집착과 광기를 독창적으로 풀어내 관객들의 비명과 환호를 동시에 이끌어낸다.
‘서브스턴스’는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미드나잇 패션 섹션에서 공개돼 국내 관객들의 열렬한 호평을 받으며 올 연말을 장식할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12월 11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