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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거는 개막을 이틀 앞두고 기자회견에 나와 “처음에 매그놀리아 레인(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입구)을 따라 운전하면서 이곳을 보는 순간 제 눈이 번쩍 뜨였고 이렇게 잘 관리된 골프코스나 이렇게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토너먼트를 본적이 없었다”며 “더욱 놀라운 것은 선수와 우승자, 후원자 등 모두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어떻게 진화하고 발전해 왔는지 이 공간만 둘러봐도 알 수 있을 거 같다. 정말 놀랍다”라고 마스터스와 함께 했던 시간을 돌아봤다. 그러면서 “선수로서 그만둘 때가 됐다는 걸 알았다. 더는 경쟁력이 없다”며 “저는 7100야드 수준의 코스에서 경기하는 데 익숙하고 그곳에서는 경쟁할 수 있다. 그러나 (오거스타처럼) 7500야드 이상의 코스에서 경기하는 게 어렵다. 어제 걸으면서 18홀 라운드를 했는데 끝낸 것에 매우 기뻤다”고 미리 작별 인사했다.
랑거는 1982년 처음으로 마스터스에 출전해 1985년 정상에 올라 평생 출전권을 받았다. 1993년에 두 번째 그린재킷을 입었고 그 뒤 2011년과 2024년을 제외하고 마스터스 무대에 올랐다. 올해로 제89회 대회를 치르는 마스터스에서 41번째 출전한 랑거가 곧 마스터스의 역사인 셈이다.
살아 있는 역사의 퇴장은 쓸쓸하지 않았다. 팬들은 환대와 존경으로 맞았다. 랑거가 지날 때면 모두 일어서 이름을 부르며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드라이빙 레인지에서도, 1번홀 티샷을 하고 페어웨이로 걸어가는 순간에도,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평생의 반이나 되는 시간을 마스터스에서 보낸 영웅이자 전설에 대한 존경심이 이어졌다.
대회 둘째 날 마지막 18번홀(파4). 랑거가 그린에 오르자 앉아서 경기를 보던 팬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만감이 교차한 듯 표정의 노장은 모자를 벗어 인사했다. 17번홀까지 2오버파를 기록한 랑거는 이 홀에서 파를 하면 마스터스 역사상 최고령 컷 통과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그러나 보기를 하면서 마지막 마스터스에선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하게 됐다. 그 순간 마지막까지 노장의 투혼을 불태운 랑거를 향한 박수와 환호는 더 크게 퍼졌다. 프레드 리들리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회장은 그린 옆에 서서 랑거를 기다렸다. 랑거가 나오자 악수하며 긴 여정의 마무리에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인파 속에 둘러싸인 랑거는 일일이 인사를 나눈 뒤 아내 비키 캐럴의 손을 잡고 코스를 걸어가며 클럽하우스로 향했다.
랑거는 “조금 더 해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스치기도 했으나 (마스터스 은퇴는)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제 이 코스는 내게 너무 길다. 첫 라운드부터 이 코스와 사랑에 빠져 많은 추억을 쌓았다. 두 차례 우승을 차지했고, 오랫동안 이곳에 올 수 있었던 건 큰 축복이었다”고 돌아보며 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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