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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수신료 분리징수, 공영방송 존폐위기 불러올 것"

김현식 기자I 2023.04.13 17:44:44

대통령실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 움직임에
"수신료 수입 절반 이하로 줄어들 우려"
"한국전력 통한 징수가 효율성 높아 적정"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TV 수신료(이하 수신료) 수입에 대한 위협은 공영방송의 존폐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KBS 오성일 수신료 국장은 13일 서울 여의도 KBS 아트홀에서 진행한 수신료 이슈 관련 기자설명회에서 이 같이 언급하며 대통령실이 수신료(월 2500원)를 전기요금과 분리 납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데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오 국장은 “분리 징수 시스템으로 변화하게 되면 수신료를 공공연히 내지 않는 사람들도 생길 것”이라며 “징수 시스템이 취약해지면 실질적으로 수신료 수입이 크게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분리 징수로 바뀌면 수신료 수입이 지금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공영방송의 공적 기능과 언론의 자유를 제대로 구현하는 데 재원조달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수신료 수입에 대한 위협은 공영방송의 존폐위기를 불러올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사회에 적잖은 파장이 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송법 제64조(텔레비전수상기의 등록과 수신료 납부)에 따라 TV 수상기를 소지한 사람은 수신료로 매달 2500원을 내야 한다. 징수 업무는 방송법 제67조(수상기 등록 및 징수의 위탁)에 따라 1994년부터 한국전력이 위탁받아 전기요금과 통합해서 징수하고 있다.

이 가운데 대통령실은 지난달 9일부터 전날인 9일까지 한 달간 국민제안 홈페이지의 국민참여토론 게시판에 ‘TV 수신료 징수방식(TV 수신료와 전기요금 통합 징수) 개선’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해 의견을 청취했다. 그 결과 해당 글에는 5만6226건(96.5%)의 추천과 2025건(3.5%)의 비추천, 6만3886건의 댓글이 달렸다.

이를 두고 KBS는 지난 10일 입장문을 내고 “대통령실의 국민제안에는 수신료가 방송 시청 여부와 관계없이 부과되는 ‘특별부담금’이라는 헌법재판소의 일관된 입장, 분리 징수를 하더라도 수신료 납부 의무가 유지된다는 점 등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사실관계들이 누락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KBS는 “수신료 분리 징수에 대한 논의는 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기자설명회에 함께 자리한 KBS 최선욱 전략기획실장은 “국민제안에 담은 안내 내용도, 조사 과정도 아쉽다. 중복 투표 가능성도 있었고, 과학적인 여론 조사도 아니었다”며 “하나의 사회 제도가 수용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한 번의 의견청취로 이뤄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좀 더 신중하게 논의되어야 할 사안”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번 이슈에 대한 KBS의 대응 계획에 관한 물음에는 “분리 징수 추진 관련 내용을 전달받지 못해 구체적으로 대응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시행령 개정 시 조항을 어떻게 내용을 구성하느냐에 따라 접근법이 다를 수밖에 없기에 지금으로서는 자세히 언급 드리기가 어렵다”고 답했다.

KBS가 이날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유럽방송연맹(EBU)에 가입한 56개국 중 수신료를 유지하는 국가는 23개국이다. 수신료 유지 국가 중 이탈리아, 포르투갈, 그리스, 터키 등 12개국이 전력회사에 수신료 징수를 맡기고 있다. 이밖에 아일랜드, 폴란드 등 3개국은 우체국이 수신료를 징수하고 있으며, 자체 징수(3개국), 자체 별도회사(2개국), 외부 대행사(2개국)가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국가들도 있다.

이와 관련해 최 실장은 “유럽방송연맹 가입국 중 50%가 전력회사가 수신료를 징수하는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건 효용성 때문”이라며 “별도의 행정적 비용과 징수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 만큼 징수에 쓸 비용을 공공서비스 쪽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 국장 역시 “현재 우리나라의 징수 시스템은 해외 국가들과 비교해봐도 매우 효율적이고 공평한 시스템”이라면서 “효율성 측면에서 한국전력을 통한 징수 방식이 매우 적정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한편 국민제안 홈페이지 게시물에는 KBS의 방만 경영 및 보도 공정성에 대한 개선 요구 댓글도 다수 달렸다. 이에 대해 최 국장은 “국내에서는 KBS를 향한 인식의 무게추가 불만족에 쏠려 있는데 해외에선 KBS는 아시아 리딩 방송사이고, 인원 대비 가성비도 좋은 방송사로 바라 보고 있다”면서 KBS를 향한 긍정적 시선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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