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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진흥위원회 사무실에서 영화 ‘도그맨’ 뤽 베송 감독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은 당초 오후 2시에 시작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행사시간 직전 진행자는 “감독님이 지금 출발하셔서 15분 정도 늦으실 것 같다”고 공지했다. 뤽 베송 감독은 이날 오후 2시 14분 행사장에 등장했지만 사과 한 마디 없이 바로 간담회를 시작했다. 이어진 사진 촬영에서도 사진 기자들을 향해 “말을 할 땐 찍지 말아 달라. 플래시 때문”이라고 요구해 아쉬움을 남겼다.
영화 ‘니키타’, ‘레옹’, ‘제5원소’ 등으로 국내 영화 팬들에게 잘 알려진 뤽 베송 감독은 올해 신작 ‘도그맨’으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초청돼 한국 관객들을 만났다. 올해 영화제에서 아시안 프리미어로 공개된 ‘도그맨’은 전날 상영회를 통해 선보였다. ‘도그맨’은 앞서 제80회 베니스영화제에서 공개돼 뜨거운 호평을 받았던 바 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한국 관객들의 열띤 호응을 받아 화제작임을 입증했다.
뤽 베송 감독은 “어제 야외극장에서 이 영화를 첫 번째 상영했다. 굉장히 인상적 순간이었다”며 “저희 영화가 끝나고 20분 후 야외극장의 모습을 지켜봤다. 1000여 명의 관객들이 움직이지 않고 굉장히 집중하며 자리에 앉아있더라. 그 모습이 너무 기뻤다”고 떠올렸다.
이어 “야외에서 많은 분들이 저희 영화를 좋아해주시는 걸 보며 굉장히 감동적이고 마음이 따뜻해졌46다. 이 자리를 빌어 한국 관객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뤽 베송 감독의 신작 ‘도그맨’은 절묘한 스릴러이자 안티히어로가 자신만의 정의를 실현하는 절절한 휴먼 드라마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에게 학대받고 개를 가족삼아 지낸 한 남자의 비극적 운명을 심리학자의 시선에서 재구성했다. 2021년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천재 배우 케일럽 랜드리 존스가 주인공 ‘더글라스’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뤽 베송 감독은 “이 영화의 스토리는 실제 있던 이야기다. 한 기사를 보고 이야기를 구성했다. 어린 아들을 개 철창에 가둔 아버지의 기사를 봤다”며 “이후 이 아이가 어떻게 살까에 대한 상상에서 이 영화를 시작했다”고 영화의 기획 과정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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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작업 과정에 대해서는 “시나리오 자체의 구조는 심플하다. 예를 들어 프랑케슈타인 괴물이 있다, 그 괴물을 사람들은 두려워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쁘지 않고 사랑스럽다. 어찌 보면 괴물은 그가 아니라 주변인물일 수도 있다. 그런 구조로 만들어나갔다”고 설명했다. 또 “이 아이가 철창에서 나와 자유를 얻었을 때 이후 벌어지는 이야기에도 신경썼다. 자유를 얻었지만 또 다른 제약에 갇힌다. 그럼에도 그 안에서 희망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 주인공을 통해 아무리 어려워도 나만의 힘으로 그 현실을 벗어나는 과정을 그린 시나리오였다”고 덧붙였다.
115마리의 개들과 촬영한 과정도 털어놨다. 그는 “제가 4살 때부터 개를 키웠기에 개에 대해선 아주 잘 안다”며 “개에게 연기를 강요할 순 없다. 다만 개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그런 상황을 만들어주면 가끔씩 기적이 일어나곤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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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제 생각엔 한국 영화가 10년 전부터 전 세계 영화판에서 가장 살아있는 그런 영화계라고 생각한다”며 “현재 한국 영화계가 세계에서 가장 살아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함께 작업하고 싶은 한국 제작자나 배우를 묻는 질문엔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며 “모든 아티스트들이 독보적이고 특별한 존재라 생각한다. 그들은 내가 할 수 없는 영화를 만든다. 그런 점에서 서로 만나 정보 교환을 할 수 있는 나눔의 장은 우리에게 기쁨을 준다“고 답했다. 또 “젊은 한국의 프로듀서와 연출가들이 내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해줘서 놀랐다. 내 영화를 보고 이런 느낌을 받았다고 해서 기뻤다.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느낌이다. 오늘도 그런 만남의 장이 있어서 기대를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기자회견 말미 팬데믹 이후 달라진 영화계의 분위기, OTT 플랫폼의 발전 등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이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뤽 베송 감독은 ”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라 깊게 생각해 본 상황은 없어서, 제대로 답변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이런 것보다는 신작에 대한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다. 2년에 걸쳐 115마리의 개들과 영화를 찍어서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며 ”질문은 흥미롭긴 하지만 나같이 영화를 만드는 사람보다는 영화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알맞는 질문이 아닐까 싶다“고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