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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전차군단’ 독일도 그랬다. 독일은 4년 전 브라질 월드컵에서 개최국 브라질을 7-1로 이기는 등 압도적인 전력을 보여주며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선 조 최하위 16강 탈락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독일에게 비수를 꽂은 것은 공교롭게도 한국이었다.
1차전에서 멕시코에 0-1로 덜미를 잡히며 불안하게 출발했던 독일은 스웨덴과의 2차전에서 2-1로 이기고 기사회생하는 듯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0-2로 패하면서 1승 2패, 조 최하위로 16강 진출이 무산됐다.
사실 독일만 망신을 당한건 아니다. 역대 월드컵을 보면 전 대회 우승국이 고전하는 일이 많았다.
1998년 프랑스 대회에서 우승한 프랑스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1골도 못 넣고 1무 2패에 그쳐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수모를 당했다.
프랑스가 침몰했던 한일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브라질은 2006년 독일 대회 8강전에서 프랑스에 0-1로 패해 탈락했다.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이탈리아는 4년 뒤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2무 1패에 그쳐 역시 8년 전 프랑스의 길을 따라갔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우승팀인 ‘무적함대’ 스페인도 4년 뒤 브라질 월드컵에서 침몰했다. 네덜란드와의 첫 경기에서 1-5로 대패한 뒤 결국 1승 2패에 그쳐 일찍 짐을 싸서 고향에 돌아갔다.
이번 독일까지 포함해 2002년 한일 월드컵부터 최근 5개 대회에서 4번이나 전 대회 우승국이 조별리그 탈락의 쓴맛을 봤다.
독일은 1950년 이탈리아(1승 1패), 1966년 브라질(1승 2패)을 포함해 직전 대회 챔피언으로서 1라운드에서 탈락한 여섯 번째 사례가 됐다.
전년도 우승팀이 다음 대회에서 부진한 징크스가 생기는 이유는 우연의 일치로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우승으로 인해 다른 국가들의 집중 견제를 받는다는 점, 전력이 노출돼 상대 팀들의 분석이 용이하다는 점 등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독일 대표팀의 미드필더 토마스 뮐러(바이에른 뮌헨)는 한국전 패배 후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모든 경기들이 관찰 대상이 되고 분석 대상이 된다”며 “상대팀이 누구냐에 관계없이 월드컵 같은 큰 대회에서는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요아힘 뢰브 독일 감독은 “너무 실망감이 크다. 훈련장에서 준비를 잘했고, 디펜딩 챔피언의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만큼 기량을 보이지 못했다”며 “2006년부터는 계속 4강에 들었는데, 이번엔 평소만큼의 경기력을 보이지 못했다. 시간을 두고 분석해봐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