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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제주시의 더시에나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에버콜라겐·더시에나 퀸즈크라운(총상금 8억원) 최종 4라운드 7번홀(파4). 약 15m 버디 퍼트를 남긴 박지영(27)은 그린에 빗물이 많이 고인 탓에 30분가량을 기다려야 했다. 폭우로 물이 고여 있는 ‘캐주얼 워터’로 간주돼 벌타 없이 구제를 받은 박지영은 원래 자리에서 오른쪽으로 4m를 움직여 퍼트했다. 그린 곳곳에 물이 차있다고 생각해 일부러 세게 친 것이 실수였다. 버디 퍼트는 홀 3m를 지나쳤고, 박지영은 이 파 퍼트도 놓치고 말았다. 1라운드부터 이어온 ‘노보기’ 플레이를 61번째 홀에서 마감하는 순간이었다.
KLPGA 투어 역대 최초로 72홀 노보기 우승을 노리던 박지영이 이 하나의 보기로 대기록 작성에 실패한 걸 안 뒤 탄식했다. 라인을 한 번 더 보고 퍼트한 탓에 파에도 실패하고 보기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이승현(2018년 S-OIL 챔피언십), 지한솔(2017년 ADT캡스 챔피언십), 박성현(2016년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배선우(2016년 E1 채리티 오픈), 신지애(2008년 우리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등 54홀 경기에서 보기 없이 우승을 차지한 선수는 5명이다. 지금까지 4라운드 경기에서 노보기 플레이로 정상에 오른 선수는 없다.
박지영은 이날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1개를 묶어 2언더파 70타를 치고, 최종 합계 18언더파 270타로 정상에 올랐다. KLPGA 투어 최초의 주인공이 될수 있었던 상황이었지만 폭우라는 특수 상황에 대기록 작성에는 실패했다.
그렇지만 아쉬움보다는 기쁨이 컸다. 2015년 KLPGA 투어에 데뷔해 9년 차에 처음으로 한 시즌 다승을 기록해서다. 지난해 12월 2023시즌 개막전으로 개최된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에서 정상에 올랐던 박지영은 박민지(25)에 이어 올 시즌 두 번째 다승자 반열에 올랐다. 또 KLPGA 투어 통산 우승 횟수를 6승으로 늘렸다.
여기에 박지영은 우승 상금 1억4400만원을 받아 올 시즌 상금 6억3456만9385원을 모았고 박민지를 제치고 상금 랭킹 1위로 올라섰다. 박지영은 지난달 말 BC카드 한경 레이디스 컵에서 시즌 2승을 달성한 박민지에 상금 1위를 내준 상태였다. 더불어 대상 포인트에서도 60점을 더해 현재 1위인 홍정민(21)을 끌어내리고 1위(326점)로 도약했다. 평균 타수에서도 1위(70.1905타)를 유지했다.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왕관을 쓰고 셉터를 들고 기자실에 들어온 박지영은 “처음으로 한 시즌 다승 기록을 세워서 기분이 좋다”며 “하반기 대회가 많이 남았으니 열심히 해서 우승을 더 많이 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상, 상금, 평균 타수 등 개인 타이틀 부문 1위를 기록하고 상반기를 마무리한 그는 “타이틀 욕심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라면서도 “워낙 잘하는 선수가 많고 하반기에 큰 대회도 많다. 대상, 상금왕까지 하기에는 정말 많은 노력과 운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저 열심히 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하반기에는 가장 큰 상금이 걸린 대회 한화 클래식에서 우승하고 싶다. 워낙 어려운 코스인 데다가 제가 아직 메이저 우승이 없어서 한화 대회에서 우승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지영을 추격하던 이승연은 2타를 줄이고 단독 2위(16언더파 272타)에 오른 것에 만족해야 했다. 박결(27)이 단독 3위(15언더파 273타)에 이름을 올렸고, 손예빈(21)이 코스 레코드 타이인 8언더파를 몰아쳐 단독 4위(14언더파 274타)를 기록했다.
한편 이번 대회로 상반기 일정을 마무리한 KLPGA 투어는 2주 휴식기를 가진 뒤 다음달 3일부터 블랙스톤 제주에서 열리는 제주삼다수 마스터스로 하반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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