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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썽 사나운 모습으로 폭발한 레슬링협회 내부 갈등

이석무 기자I 2014.10.15 17:44:07
1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대한레슬링협회 긴급 기자회견에서 대한레슬링협회 임성순 회장이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에게 지급하겠다는 3억원짜리 수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1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진행된 대한레슬링협회 긴급 기자회견에서 대한레슬링협회 임성순 회장이 협회 집행부의 비리 의혹을 폭로하자 김학렬 사무국장이 이를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수면 아래서 끓어올랐던 대한레슬링협회의 내부 갈등이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협회 사무국의 잘못을 폭로하겠다는 회장의 기자회견장은 볼썽 사나운 꼴만 남겼다.

지난 6월 취임한 대한레슬링협회 임성순 회장은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학열 사무국장과 김기정 전무이사가 중심이 된 집행부가 협회장을 협박하고 폭행한 것은 물론 사기꾼이라고 헛소문을 내 개인 인격을 모독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온갖 수모를 감수하며 조직내에서 원만하게 수습하려 애썼다. 하지만 십수년 동안 집행부가 협회 내에서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는 내부적 행태에 한계를 느꼈다”고 밝혔다.

임 회장은 “김 국장이 전임 회장과 함께 횡령혐의에 몰리자 자신을 보호할 목적으로 나를 회장으로 영입했다. 하지만 정작 회장은 꼭두각시로 만들어놓고 자신이 모든 실권을 행사했다. 심지어 회계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연금 지급을 강요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임 회장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경기가 열리는 도원실내체육관을 봉쇄하겠다고 협박해왔다”며 “결국 나는 문체부와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으며 경기를 관람할 수밖에 없었다. 이외에도 죽여버리겠다는 등의 협박도 만핬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낸 집행부 인사들은 곧바로 반박에 나섰다. 임 회장으로부터 비리의 핵심으로 지목받은 김학열 사무국장 및 집행부 임원들은 “임 회장이 출연금을 내놓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직권을 남용해 부당한 지시를 했다”고 맞받아쳤다.

특히 인천아시안게임 참가를 위한 최소한의 비용 조차 회장이 내놓지 않아 경기인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충당했다는 것이 집행부의 설명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경기단체는 회장이 출연금으로 살림살이를 하게 된다. 따라서 회장이 재정적 지원을 하지 않는다면 단체 운영이 어려운게 현실이다.

또한 집행부 인사들은 “불투명한 회계를 요구했다는 회장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고 협박하고나 폭력을 행사한 사실도 없다”며 “오히려 회장이 자신의 학력이나 경력을 속이고 회장에 취임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명동에서 1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상당한 재력가라는 얘기를 듣고 회장으로 모셨는데 실제로는 사무실도 없고 능력도 없는 사기꾼”이라고도 말했다.

임 회장은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와 대표선수들에게 포상금으로 지급하겠다며 3억원짜리 수표를 끊어 기자회견장에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사무국장의 말대로 내가 돈 한 푼 없는 사기꾼‘이라면 불가능한 일이다”며 “선수들에게 직접 지급하기 위해 대표팀 감독과 접촉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강경환 대한레슬링협회 감사는 “이 돈은 협회에 내는 것이 마땅하다”며 “협회를 믿지 못한다면 법원에라도 공탁을 하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임 회장은 “회계 투명성이 확보되고 회장이 일을 할 수 있는 지원이 이뤄져야만 돈을 쓸 수 있다”며 거절했다.

임 회장의 주도로 개최된 기자회견은 당초 방대두 전 대표팀 감독, 심권호 대한레슬링협회 이사, 강경환 대한레슬링협회 감사, 전 몬트리얼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양정모 등이 함께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었다.

하지만 정작 기자회견장에서 심권호 이사와 방대두 전 감독과 강경환 감사는 집행부 인사들과 함께 자리했고 양정모 씨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결국 명패만 앞에 놓인 채 임 회장 혼자 기자회견을 갖는 이상한 모양새가 됐다.

임 회장은 “검·경 스포츠 4대악 비리신고센터에 이들의 행동과 관련한 고발장을 접수했고, 검찰에도 고발했다”고 밝혔다. 집행부 인사들도 “이제는 법적으로 끝까지 싸우겠다”고 강경하게 맞섰다.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대한레슬링협회 회장과 집행부의 갈등은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어느 쪽 말이 맞는지 진실공방은 법정까지 가서 가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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