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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은 현재 경북 김천에서 열리고 있는 2014 MBC배 전국수영대회에 참가 중이다. 이 대회는 인천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도 겸하고 있다. 박태환이 이 대회에서 참가하는 종목은 자유형 200m와 400m, 그리고 개인혼영 200m다. 그 중 200m와 400m는 2006년 도하, 2010년 광저우 대회에 이어 아시안게임 3연패를 노리고 있다.
박태환은 지난 16일 열린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1분45초25의 기록으로 여유 있게 우승을 차지했다. 박태환의 기록이 전광판에 찍히자 김천실내수영장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올 시즌 세계 1위 기록이었기 때문이었다.
종전 세계랭킹 1위 기록은 캐머런 맥어보이(호주)가 지난 4월 호주 대회에서 세운 1분45초46이었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다툴 강력한 라이벌 쑨양(23·중국)의 시즌 최고기록 1분46초04의 기록보다도 0.79초나 앞섰다. 아시아 1위 기록이었던 하기노 고스케(20·일본)의 1분45초89도 역시 제쳤다.
아시안게임을 2달이나 남겨두고 나온 기록이라는 점에서 더욱 놀랍기만 하다. 지금은 9월로 다가온 인천아시안게임을 위해 강도 높은 체력훈련을 소화할 때다. 근력과 지구력을 키우는 시기다. 대회를 앞두고 스피드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전 단계다. 현실적으로 좋은 기록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
하지만 박태환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세운 자신의 최고 기록이자 한국 기록(1분44초80)에 거의 육박하는 기록을 세웠다. 경기를 마친 뒤에는 본인도 놀란 눈치였다. 경기 전에는 1분45초대에만 진입해도 성공이라고 기대했던 박태환이었다. 시즌 1위 기록이라는 말에 박태환의 얼굴에는 금세 미소가 퍼졌다.
더구나 이날 경기가 열린 김천실내수영장은 국제 규격에 미치지 못하는 수영장이다. 김천수영장의 출발대는 국제대회에서 사용되는 ‘스타팅 블록’이 아니라 그냥 일반 수영장에서 쓰이는 보통 출발대다. 박태환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이 힘차게 앞으로 치고 나가는데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한다.
수심도 1.35m에 불과해 단거리 종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잠영을 하는데 지장이 크다. 수심이 얕으면 부력이 줄어 물살을 가르고 앞으로 나가는 데 어려움이 있다. 그런 악조건을 감안하면 박태환의 기록은 엄청난 결과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오히려 국제규격의 수영장이었다면 한국기록 경신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었다.
가장 반가운 부분은 가장 ‘박태환다운 수영’을 했다는 점이다. 박태환의 최대 장점은 무서운 막판 스퍼트였다. 이날 자유형 200m의 기록을 살펴보면 막판 50m의 기록이 26초55로 가장 좋았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결승(26초77), 2012년 런던올림픽 결승(27초05) 보다 훨씬 빨랐다. 박태환의 뒷심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증거다.
실제로 박태환은 지난겨울 동안 호주에서 강도 높은 체력훈련을 소화했다. 체력이 전과 같지 않다는 런던올림픽의 아쉬움을 씻어버리기 위해 근력과 지구력 향상에 많은 땀을 흘렸다. 그러한 결과가 이날 레이스에서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업그레이드된 체력은 막판 스퍼트 부활의 밑거름이 됐다,
물론 이날 좋은 기록을 냈다고 해서 방심은 금물이다. 아직 아시안게임은 많은 시간이 남았다. 여기서 안심한다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쑨양을 비롯한 라이벌들도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몸을 만들 시기이기 때문이다. 또 어떤 선수가 어떤 기록을 낼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준비가 순조롭다. 계속해서 진화하는 박태환에게 자신감이라는 선물을 줬다. 박태환은 “악조건에서도 기록이 잘 나왔다는것이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데 있어 긍정적이다”라며 “지금의 좋은 기록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박태환이 ‘가장 박태환다운 수영’으로 아시안게임 3연패의 꿈을 이루게 될지 계속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