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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연구가 심용환, ‘군함도’ 역사왜곡 비난에 “이상한 애국주의” 일침

박미애 기자I 2017.07.28 18:09:13
‘군함도’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역사 연구가 심용환이 영화 ‘군함도’를 둘러싼 역사왜곡 논란에 쓴소리를 했다.

심용환은 28일 페이스북(SNS)에 장문의 글을 남기고 견해를 밝혔다. 우선 역사적 사실에 대해 심용환은 “영화 초반부에 나온 강제징용의 실상은 우리 영화 역사에서 처음 그리고 비교적 잘 묘사가 됐다”며 “선대금 형식으로 징용자들에게 이동경비를 부담하게 하는 것부터 소지섭이 젖은 다다밋장 들면서 화내는 모습 같은 것들은 모두 정확한 역사적 사실이고 우리 영화에서 처음 나온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허구적 내용에 대해서는 “광복군이 핵무기 사용을 알았다던지, 유력 독립운동가가 징용현장에서 노동을 했다던지, 광복군이 그를 구하러 침투하러 했다던지, 노동자들이 대탈출을 했다던지 하는 것들은 모두 영화적인 상상력이다”고 짚었다.

심용환은 그러면서 지금껏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한 상업영화 중에 강제동원의 현실을 담은 ‘군함도’가 차라리 정확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암살’은 100%로 허구에, 불가능한 이야기다. 김구와 김원봉이 사이가 좋았다는 건 말도 안되는 소리다. ‘밀정’도 황옥이 애국자였다는 건 조금도 확신할 수 없고 영화 후반부 전체가 상상이다”며 “우리가 꽤 괜찮게 감동받은 장면들 좋다는 영화들은 대부분 허구에 의존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또 ‘귀향’을 언급하며 “군인이 마을에 와서 가족유착관계가 좋은 딸을 끌고 갔다는 증언록을 읽어본 적 있냐”면서 “수년째 위안부 관련 자료를 보고 있지만 ‘귀향’에 나온 절반 이상은 오히려 위안부 문제를 왜곡하는 것들 투성이었다”고 덧붙였다.

심용환은 “‘이상한 애국주의’가 있는 것 같다”면서 “어떤 문제에 대해서는 굉장히 경직화된 사고를 하려고 한다. 보기 싫으면 안 보면 그만이다. 재미 없으면 재미 없다고 말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매우 도덕적이고 고증적인 측면으로 비판을 하면서 뻗대는 희한한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냉정히 묻겠다. 이 영화 나오기 전에 ‘징용’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영화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이 잘못됐고 무엇이 문제인 줄 정말로 지적할 수 있는지. 상영관 독점에 관한 비판을 제외하면 정말 빈깡통 같은 비평들이 넘쳐나고 있는 것 같다”고 일침했다.

심용환은 “양비론? 매우 어설프지만 감독이 중요한 지적을 했다고 생각한다. 위안부 중개 민간 업자의 대부분이 조선인이다는 역사적 사실이다. 하시마 말고도 숱한 곳에서 기생형 친일파들이 같은 동족 등쳐 먹은 것 역시 사실이다”며 “하지만 언제까지 선과 악의 구도로 식민지배 시대를 바라볼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매우 애국적이고 바른 역사관이라고 생각할 것인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이어갔다. 그는 “일본 잘못했다. 누가 잘못하지 않았다고 했나. 하지만 너무 많은 사람이 순응했고 악용했고 같은 조선인을 괴롭혔다는 사실 같은 것에 대해서는 왜 이야기 못하나”며 프랑스의 사례를 들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심용환은 “모든 영화가 그렇듯 나 역시 이 영화를 보면서 이래저래 아쉬운 것이 많다. 하지만 매우 도덕적인 견지에서 영화를 ‘심판’하는 듯한 태도에 대해서는 도무지 동의가 안 된다”며 “‘이미 알고 있었고 애도하고 있었다’ 식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 모두 모르고 있었고 국가건 국민이건 누구도 징용에 관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 어떤 의미에서건 자기반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이리 쉽게 조리돌림을 하는지 어처구니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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