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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만에 한국 프로야구에 복귀한 류현진이 4172일 만에 대전구장 마운드에 섰다.
류현진은 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구단 자체 연습 경기에 선발 등판해 3이닝 동안 탈삼진 3개를 빼앗고 1피안타 1볼넷 1실점을 허용한 뒤 투구를 마쳤다.
총 46개 공을 던졌는데 직구 23개, 커브 10개, 체인지업 9개, 커터는 4개씩 던졌다. ‘컨트롤 마스터’ 답게 46구 가운데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간 공이 30개나 됐다. 이날 시험 활용된 자동볼판정시스템(ABS)도 류현진에게는 전혀 영향이 없었다.
비록 자체 연습경기이기는 하지만 류현진이 대전구장 마운드에 선 것은 미국프로야구 진출 이전인 2012년 10월 4일 넥센히어로즈(현 키움히어로즈)전 이후 4172일 만이다.
특히 관계자들의 눈을 사로 잡은 것은 구속이었다. 이날 류현진은 최고 구속 144km를 기록했다. MLB에서 사용하는 마일로 변환하면 90마일에 해당한다. MLB 기록 전문 사이트인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지난해 부상 복귀 후 류현진의 빠른공 평균 구속은 88.6마일(약 142.6km)이었다.
그런데 시즌 개막 전이고 아직 날씨가 쌀쌀한데 144km를 찍었다는 것은 그만큼 류현진의 몸상태가 많이 올라왔다는 의미다. 닷새 전인 지난 2일 라이브 투구 최고 시속 139㎞보다 시속 5㎞가 빨라졌다.
이날 연습경기에서 같이 등판한 ‘강속구 투수’ 문동주의 최고 구속이 148km였던 것을 감안하면 류현진의 구속이 예사롭지 않다.
류현진은 힘으로 타자를 압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과거 140km중후반대 빠른공을 던질 때도 타자를 잡는 주무기는 체인지업 등 변화구였다. 힘있는 거포들이 수두룩한 MLB에서 류현진은 컷 패스트볼, 슬로 커브까지 장착하면서 타자들의 눈을 더욱 속였다.
그렇다고 류현진에게 빠른공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결코 아니다. 류현진의 주무기인 체인지업이나 컷패스트볼이 살아나기 위해선 빠른공이 뒷받침돼야 한다.
류현진은 MLB에서 활약할 당시에도 빠른공 구속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날 빠른공 구속이 90마일 이상 꾸준히 유지될 경우 호투를 펼치는 빈도가 높았다. 그 반대는 고전하곤 했다. 그런면에서 류현진의 빠른공이 살아나고 있다는 것은 본인이나 팀 입장에서 고무적이다.
류현진은 이날 투구를 마친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오늘까지는 크게 특별하진 않았다”며 “시범경기에서 팬분들 응원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울러 “12년 만이지만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똑같은 느낌으로 재미있게 던졌다”며 “팬분들이 많이 반겨주셔서 한국으로 오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아직 힘이 괜찮고 경쟁력이 있을 때 돌아올 수 있어 스스로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최원호 감독은 “날씨가 쌀쌀해서 그런지 오늘 류현진의 제구가 조금 흔들렸지만 그래도 라이브 투구 때보다는 구속이 더 나왔다”며 “정규시즌 가서 긴장감이 올라가면 (시속 140㎞) 중반대까지 던질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