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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C는 8일(현지시간) 오전 9시 프랑스 파리의 2024 파리 올림픽 메인프레스센터에서 2024 파리 올림픽 선수위원 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4명을 뽑는 이번 선거에서 박인비는 전체 18위에 머물러 선수위원으로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파리올림픽에선 총 29명의 선수위원 후보가 출마해 대회 기간 선거 운동을 펼쳤다. 박인비는 지난달 22일 파리에 도착해 2주가 넘는 시간 동안 선수촌과 경기장 곳곳을 누볐다. 둘째를 임신한 몸으로 매일 오전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유세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하지만, 투표 결과 박인비는 4명 안에 들지 못하면서 낙선했다.
최다 득표 상위 4명인 앨리슨 필릭스(육상·미국·2880표), 킴 부이(체조·독일·1721표), 제시카 폭스(카누·호주·1567표), 마커스 대니얼(테니스·뉴질랜드·1563표)이 선수위원으로 뽑혔다. 박인비는 590표를 얻어 29명 후보 중 18위에 머물렀다.
IOC 선수위원은 동·하계올림픽 개최지 투표 등 일반 IOC 위원과 동일한 역할을 수행하고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 임기는 8년이다.
IOC 선수위원은 규정에 따라 해당연도 혹은 직전 올림픽 출전선수만 출마할 수 있다. 박인비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을 획득했고, 2020 도쿄올림픽에도 출전했다.
◇IOC 선수위원 도전 박인비는 누구
1988년생인 박인비는 흔히 말하는 ‘세리키즈’다. 분당 서현초등학교를 졸업한 박인비는 죽전중학교를 다니다 미국으로 골프유학을 떠났다. 국내에서 주니어 선수로 활동하면서 2000년 국가상비군으로 뽑혔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다.
미국에서는 2002년 US 주니어 아마추어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하는 등 화려한 아마추어 선수 생활을 지냈고 2007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통해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다.
골프선수로는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2008년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당시 최연소 나이로 우승했고 그 뒤 메이저 대회에서 6번이나 더 우승해 7승을 거둬 한국 선수 메이저 최다승을 기록했다. US여자오픈 우승 이후 잠시 내리막길을 탄 적이 있지만, 2012년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다시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린 뒤엔 한국을 대표하는 특급 선수로 거듭났다. 슬럼프를 겪는 동안 지금의 남편 남기협 씨를 만났고, 프로골퍼 출신인 남 씨의 도움으로 슬럼프를 극복했다.
지난해 출산으로 현역 활동을 잠시 중단한 박인비는 LPGA 투어에서만 통산 21승(프로 통산은 27승)을 거둬 2015년에 한국 선수 최초로 커리어 그랜드 슬램(5개 메이저 대회 중 4개 대회 이상 우승)을 달성했고 2016년에는 한국 선수로는 박세리에 이어 두 번째로 LPGA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프로 무대에서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며 통산 106주 동안 세계랭킹 1위에도 오른 박인비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선 기념비적인 역사를 만들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선 116년 만에 부활한 여자 골프에 태극마크를 달고 나가 금메달을 목에 걸어 골프선수 최초로 ‘골든 커리어 글랜드 슬램’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그 뒤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박인비는 “더는 이룰 목표를 찾지 못했다”라고 말해 은퇴설이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IOC 선수위원에 도전하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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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C 선수위원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 박인비는 지난해 8월 김연경(배구), 진종오(사격), 이대훈(태권도), 김소영(배드민턴)과 경합 끝에 대한체육회가 추천하는 IOC 선수위원 후보로 뽑혔고, 11월 최종 후보가 됐다.
약 8개월 동안 선수위원을 준비해온 박인비는 지난 7월 22일 파리로 이동해 본격적인 유세를 시작했다.
파리로 떠나기 전에는 선수들의 권리와 권익 보호에 앞장서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뒤 자신이 여성, 엄마 선수인 점을 앞세워 “여성, 엄마 등 소수 선수들의 권익 보호에 앞장서겠다”라며 “이 선수들이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올림픽을 치르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활동 계획을 설명했다.
파리로 가기 전 둘째 임신 소식이 들려와 걱정되기도 했지만, 그는 매일 오전과 오후, 밤 등 일정을 나눠 경기장과 선수촌 곳곳을 누비며 선거운동을 펼쳤다.
임신한 몸으로 최선을 다해 선거운동을 펼쳤으나 결과는 아쉬움으로 막을 내렸다. 박인비가 열심히 뛰었으나 골프라는 종목의 한계가 낙선으로 이어졌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골프는 1904년 이후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112년 만에 정식 종목으로 부활했다. 육상이나 수영, 사격 등 전통의 올림픽 종목과는 거리가 멀었다. 특히 선수들끼리 유대 관계를 쌓은 국제 대회 중심이 아니라 프로 스포츠로 활동 영역을 넓혀와 올림픽 종목 선수들에게 어필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을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박인비의 낙선으로 한국 IOC 위원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김재열 국제빙상연맹회장 2명으로 줄었다. 8년 동안 선수위원으로 활동한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의 임기는 파리올림픽을 끝으로 만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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