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거미집’의 제작사 앤솔로지 스튜디오 측은 14일 “김기영 감독님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가지고 있는 영화인으로서 유가족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거미집’에 묘사된 주인공은 시대를 막론하고 감독 혹은 창작자라면 누구나 가질 모습을 투영한 허구의 캐릭터”라고 일축했다.
또 “인터뷰에서 김기영 감독님을 모티브로 한 인물이 아니라고 밝혀왔고 홍보에 사용한 적도 없다”고 강조하며 “우선 유가족들과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데 집중하고, 앞으로 진행되는 홍보 마케팅 과정에서도 오인의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다짐도 덧붙였다.
앞서 이날 오전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0부(부장판사 임해지)는 지난 13일 고 김기영 감독의 차남 김동양 씨 등 3명이 ‘거미집’의 제작사 등 4명을 상대로 제기한 영화상영금지 가처분 소송 첫 번째 심문 기일을 진행했다.
유족들은 송강호가 극 중 ‘거미집’에 연기한 캐릭터 ‘김감독’이 고인을 모티브로 한 것으로, 이를 부정적으로 묘사해 인격권과 초상권을 침해했다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들은 법정에서 “김지운 감독이 과거 인터뷰에서 고 김기영 감독을 모티브로 했다고 답한 바 있다”며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분에 ‘거미집’이 초청됐을 때만 해도 배역 이름이 지금의 ‘김 감독’이 아니라 ‘김기열’로 제작됐고 이름은 물론 안경을 낀 채 파이프를 물고 있는 외양까지도 故 김기영 감독을 연상케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거미집’은 오늘(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언론배급시사회가 예정돼있다. 시사회 후 열릴 기자간담회에서 김지운 감독이 직접 해당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거미집’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열 감독(송강호 분)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현장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리는 작품으로, 추석연휴를 앞둔 오는 27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