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마주한 성남 이기형, “다신 이런 경기 하고 싶지 않다”

허윤수 기자I 2023.05.24 21:44:58
성남FC 이기형 감독이 아들과의 맞대결 부담을 말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성남FC 이기형 감독이 ‘부자(父子) 대결’에 대한 부담감을 털어놨다.

성남은 24일 오후 7시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3 하나원큐 대한축구협회(FA)컵 16강전에서 포항스틸러스에 0-3으로 졌다. 이날 결과로 성남은 FA컵 여정을 16강에서 마무리하게 됐다.

경기 후 이 감독은 “전체적으로 경기 출전이 적었던 선수 위주로 나섰다”라며 “올해 초부터 추구했던 전방 압박을 통해 도전적인 플레이를 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재밌는 경기를 하고자 했지만 같이 만들어 가는 시간이 적어서 조금 어려움을 겪었다”며 “선수들이 끝까지 물러서지 않고 싸워가며 몰입한 건 좋았다. 포항에 축하의 말은 전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경기 전부터 관심을 끌었던 건 이 감독과 포항 이호재의 ‘부자 대결’이었다. 이호재가 두 골을 넣으며 아들의 승리로 끝나게 됐다.

이 감독은 상대편으로 마주한 이호재에 대해 “득점도 득점이지만 팀과 어울리는 플레이가 좋았던 거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처음 경기를 하기 전에는 기분 좋은 것도 있고 설레기도 했다”면서도 “막상 끝나고 나니 다시 이런 경기를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앞으로 축구인 2세가 늘게 되면 이날과 같은 부자 대결이 더 자주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 감독은 훗날 자신과 같은 상황에 처할 아버지들에게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할 거 같다”고 조언했다. 그는 “우리 팀이 이기면 아들 팀이 좋지 않은 거고 아들 팀이 잘되면 우리에게 힘든 시간”이라며 “마음을 강하게 먹어야 할 거 같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성남 이기형 감독과의 일문일답>

△경기 총평해달라.

- 전체적으로 경기 출전이 적었던 선수 위주로 나섰다. 올해 초부터 추구했던 전방 압박을 통해 도전적으로 플레이했다. 재밌는 경기를 하고자 했지만 같이 만들어 가는 시간이 적어서 조금 어려움을 겪었다. 선수들이 끝까지 물러나지 않고 싸워가면서 몰입한 건 좋았다. 포항에 축하의 말을 전한다.

△이호재 활약은 어떻게 봤나.

-득점도 득점이지만 팀과 어울려 하는 플레이가 좋았던 거 같다.

△기뻐할 수도 슬퍼할 수도 없는 상황인 거 같다.

-처음 하기 전에는 여러 가지 기분 좋은 것도 있고 설레기도 했다. 막상 끝나고 나니 다시 이런 경기 하고 싶지 않다. 경기 중에도 아쉬웠던 게 최고의 멤버를 꾸려서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경기를 또 하고 싶진 않다.

△축구인 2세 선수들이 늘어날 텐데 조언 한마디 해달라.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할 거 같다. 우리 팀이 이기면 아들 팀이 잘못되기에 슬프다. 아들 팀이 잘되면 우리 팀이 어렵기에 힘든 시간일 거 같다. 다신 하고 싶지 않은 경기인 거 같다. 마음 강하게 먹어야 할 거 같다.

△후반 초반 여러 차례 득점 기회를 놓친 게 아쉬울 거 같다.

-전반과 후반 초반 모두 득점했다면 분위기 전환과 경기력도 좋아지지 않았을까 한다. 교체도 달라질 수 있었는데 결정력 부분이 아쉬웠다. 선수들에게 홈에서 패배와 관계없이 득점 유무는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열심히 안 한 건 아닌데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