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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왓티 퍼티위(등록명 메가)와 반야 부키리치(등록명 메가) ‘외국인 쌍포’를 앞세운 정관장은 정규리그에서 구단 역대 최다인 13연승을 기록하는 돌풍을 일으킨 끝에 2위로 플레이오프(PO)에 진출했다. 이어 PO에선 현대건설을 접전 끝에 2승 1패로 누르고 2011~12시즌 이후 13년 만에 챔프전에 진출했다.
힘겹게 챔프전에 올라왔지만 선수들의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주공격수 부키리치와 미들 블로커 박은진은 정규시즌에 왼쪽 발목을 다쳐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었다. 설상가상 PO에선 주전 세터 염혜선이 무릎, 리베로 노란이 허리 부상을 당해 챔프전 출전 여부가 불투명했다.
고희진 정관장 감독조차 “경기 당일이 돼야 선수들의 출전 가능 여부를 알 수 있다”고 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그런 악재는 곧바로 챔프전 1, 2차전 패배로 이어졌다.
선수들은 진통제를 맞아가며 아픈 몸을 이끌고 투혼을 발휘했다. 하지만 정규시즌을 마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 흥국생명을 넘기엔 역부족으로 보였다.
그런데 3차전에 대반전이 일어났다. 세트스코어 0-2로 뒤진 경기를 3-2로 뒤집는 기적을 일궈냈다. 선수들은 언제 아팠냐는 듯 펄펄 날았다. 여기에 주공격수 메가가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주면서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다.
3차전에 이어 4차전도 풀세트 접전 끝에 흥국생명을 잡은 정관장은 시리즈를 2승 2패 원점으로 돌렸다. 2차전 패배 후 “1승이라고 거두고 끝내고 싶다”고 했던 정관장은 이제 대역전드라마를 꿈꾸기 시작했다.
무릎이 아픈데도 참고 뛰면서 3, 4차전을 승리로 이끈 세터 염혜선은 “어쩌면 우리가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면서 “악역이 주인공이 되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5차전도 정관장은 드라마를 완성하는 듯 했다. 1, 2세트를 먼저 내줬지만 3, 4세트를 따내면서 대반전드라마를 완성하는 듯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흥국생명의 벽을 넘지 못했고 아쉽게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비록 우승은 이루지 못했지만 정관장 선수들은 후련해하는 표정이었다. 몇몇 선수들은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었다. 시상식에선 준우승 메달을 받은 뒤 김연경의 은퇴를 축하하는 플래카드를 준비해 펼치기도 했다. ‘아름다운 2등’은 경기 후에도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고희진 감독은 5차전을 마친 뒤 밝게 웃었다. 전혀 패장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는 “우리 선수들이 정말 자랑스럽다”며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라온 것도 대단하고, 어려운 상황에서 이런 명승부를 펼친 건 더 대단하다”고 말했다.
이어 “흥국생명의 우승을 축하한다”면서 “한국에 돌아온 뒤 우승을 열망했던 김연경도 화려하게 시즌을 마무리한 것을 축하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