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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최은영 기자] 정진영은 흔히 영화를 여행에 비유하고는 한다. 영화를 찍는 과정은 몇 달 동안 여행을 떠나는 것과 비슷하다는 뜻이다. 배우는 가이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정진영의 선택은 다소 뜻밖이다. 여행의 묘미는 새로운 경험에 있지 않나. 그 또한 늘 새로운 곳으로의 다른 여행을 고집해왔다. 그런데 이번 영화 `평양성`에서만큼은 조금 달라 보인다.
지난해 종영한 MBC 드라마 `동이`에 이어 연거푸 사극에 출연했다. 게다가 8년 전 `황산벌`에서 선보인 `김유신`의 옷까지 다시 꺼내 입었다. 연출도 벌써 다섯 번째 한 작품에서 만나는 이준익 감독이다.
◇`달마야 놀자`부터 `평양성`까지···어느덧 10년
정진영은 자신 또한 처음에는 `평양성`의 제작을 반대했었다고 했다. 2003년 사극 코미디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황산벌`의 후속작. 그것도 8년이란 긴 시간이 흐른 뒤였다. 일반적으로 속편은 앞선 작품의 성과 덕분에 호감은 얻을 수 있어도 그만큼의 사랑은 받기 어려운 한계를 지닌다. 정진영도 바로 이 같은 딜레마를 우려했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그랬듯 이준익 감독을 믿고 출연을 강행했다.
"어쩌면 `평양성`은 8년 전 이미 예정돼 있었는지도 몰라요. `왕의 남자` 때도 그랬고 한 작품을 끝내놓고 나면 감독과 얘길 합니다. `그들은 이후 어떻게 됐을까?` 상상의 나래를 펼치죠. 그런 점에서 `평양성`은 갑작스러운 일이기도 하지만, 그때 이미 예정됐던 것이기도 해요."
정진영의 필모그라피를 논한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또 이준익이다. 그는 "이제 동료를 넘어 부부 같은 관계"라고 둘의 사이를 정리해 말했다.
그 각별한 인연의 시작은 `달마야 놀자`였다. 2001년 11월 개봉한 이 영화에서 두 사람은 제작자와 배우로 처음 안면을 텄다.
"`달마야 놀자`가 스님들 이야기잖아요. 이 감독이 직접 전화를 걸어와 출연을 요청했는데 단박에 거절했어요. `웃길 게 없어 스님들을 이용하나?` 싶었죠. 그런데 만나서 얘길 다시 하자더군요. 길게 얘기할 것도 없겠다 싶어 집 앞에서 차나 한잔하자고 했는데 한 세 시간을 이야기했을까요? 그리곤 이 감독의 진정성에 반해 마음을 돌렸어요."
그렇게 이준익 감독과 첫 작업을 함께한 그는 이후 `황산벌`을 시작으로 `왕의 남자` `즐거운 인생` `님은 먼 곳에`까지 한배를 타며 `이준익의 페르소나`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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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산벌`과 `평양성`.."맛이 달라"
정진영도 말했듯이 두 사람의 모습은 흡사 부부 같다. `척하면 턱`하는 사이. 다투기도 자주 한다. 하지만 매번 결과는 칼로 물 베끼다.
그 한결같은 신뢰의 비결을 묻자 정진영은 "제가 쓴소리를 좀 잘해요. 딴지 전문이죠"라며 허허 웃었다. 그는 "늘 기획 단계에서 캐스팅까지는 그러려니 하며 기다리다가도 시나리오만 나오면 싸우기 시작한다"고 했다.
정진영은 `감독에게 그래도 되는가?`라는 물음에 "어느 집단이든 더 나은 결과를 위해서는 다르게 생각해볼 기회가 있어야 하지 않느냐?"라면서 "그런 점에서 우린 너무 잘 맞는다. 나는 계속해서 딴지를 걸고, 이 감독은 또 그걸 즐기니. 문제 될 게 전혀 없다"고 못 박았다.
한마디로 정진영은 이준익 감독이 옆길로 새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또 이준익 감독은 이런 그의 `딴지`를 감사히 여기며 반긴다.
사람 좋기로 소문난 그는 자신이 최고라고 꼽는 사람을 평가함에 있어서도 흔들림없이 냉철했다. "이번 영화에선 조금 더 딴죽을 걸었다"고 전작들과의 작업 색깔의 차이를 설명한 그는 `평양성` 개봉 전 화제가 됐던 이준익 감독의 은퇴 발언과 관련해서도 "냉철한 상황인식이라고 본다"는 의견을 전했다.
적어도 상업영화를 찍는 사람이라면 흥행에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는 것. 정진영은 "시장은 냉정하다"며 "세상에 어느 투자자가 자금 회수가 안 되는데 연거푸 작품을 맡기겠는가. 그냥 한번 뱉어본 말이 아니라 담담하게 현실을 받아들인 결과일 텐데 그래도 막고는 싶다"고 한마디를 더했다.
정진영은 새 영화 `평양성`에 대해 `황산벌`과는 다르다는 것을 시종 강조해 말했다. 재료만 비슷할 뿐 맛부터가 다른 새로운 요리라는 것.
그는 "이번 영화에선 쇠약하여 풍까지 왔으나 두뇌 회전은 탁월한 지략가의 면모를 보인다"면서 "`황산벌`의 김유신과 `평양성`의 김유신이 다르듯 한층 진화된 무언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한층 깊어진 메시지도 눈여겨봐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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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권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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