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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보호 안 할 땐 언제고’ 정몽규 회장, “언론·팬이 도와서 상처 악화 막아야”

허윤수 기자I 2024.02.16 17:22:33

선수단 내 불화 빠르게 인정했던 축구협회
"젊은 사람들 잘 치유할 수 있게 도와줘야"
악플 세례 받는 선수단 위한 조치는 없어

아시안컵 4강전 한국과 요르단 경기가 끝난 뒤 손흥민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왼쪽)과 차두리 코치는 낙담한 선수들을 위로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대한축구협회가 선수단 불화설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협회는 16일 오전 10시 축구회관에서 대표팀 사안 관련 임원 회의를 비공개로 개최했다. 이후 오후 2시 30분께 정 회장이 브리핑에 나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을 발표했다.

정 회장은 “이번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모습으로 큰 실망하게 해 대단히 송구하다”라며 “대표팀 운영하는 수장으로서 저와 협회에 가해지는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사과 말씀드린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대표팀 감독에 대한 평가가 중점적으로 논의됐다”라며 “협회는 해당 논의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끝에 대표팀 감독을 교체하기로 했다”라고 클린스만 감독 경질을 발표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해 3월 한국 대표팀 사령탑에 부임했다. 계약 기간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본선까지 3년 5개월이었으나 약 1년 만이자 353일 만에 물러나게 됐다.

정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은 대표팀 경쟁력을 끌어내는 경기 운영, 선수 관리, 근무 태도 등 우리가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에게 기대하는 지도 능력과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라며 “논의와 의견을 종합한 결과 클린스만 감독은 지도자 경쟁력과 태도가 국민의 기대치와 정서에 미치지 못했고 개선되기 힘들다는 판단이 있어서 2026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에서 사령탑을 교체하기로 했다”라고 경질 배경을 설명했다.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한국과 바레인의 경기. 대표팀 주장 손흥민과 이강인이 프리킥을 차기 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사안 관련 임원 회의를 마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회의 결과를 발표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 경질 원인 중 하나로 꼽은 선수 관리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앞서 대표팀 내 불화 소식이 밝혀지며 많은 국민에게 충격과 실망을 안겼다. 그는 “선수단 내부 문제가 불거져 팬들에게 실망을 안긴 일이 있었다”라며 “향후 코치진 구성이나 선수 관리 시스템을 정비하는 등 유사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재발 방지 대책을 묻는 말에 장기간 이어진 합숙과 반복된 연장 승부를 말하며 “모두가 예민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고 팀에서 종종 일어나는 일이기도 해서 너무 시시비비를 가리는 건 상처를 악화하는 일”이라며 “언론과 팬 모두 도와주셔야 한다. 젊은 사람들인데 잘 치유할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선수단 내 불화를 만천하에 알린 것 협회였다. 외신 보도로 나온 소식을 발빠르게 인정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전날 황보관 기술본부장은 “많은 사람이 있는 공간에서 발생했기에 협회로선 빠르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전날 황보 본부장은 “팩트는 확인됐으나 세세한 부분까지는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정확한 사태 파악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인정한 셈이었다. 이후 협회는 취재진의 문의에 응하지 않으며 팬들의 추측만 커지게 했다.

선수단 내부의 일은 그들의 문제고 그 안에서 끝냈어야 했다. 협회는 ‘확인해 보겠다’도 아닌 ‘사실이다’라고 답하며 선수단을 지켜주지 않았다. 결국 현재 범인 찾기가 시작됐고 많은 선수가 팬들의 악플 세례를 받고 있다.

여전히 협회는 뚜렷한 후속 조치 없이 선수들에게 돌아간 비판의 화살을 지켜보고만 있다. 그리고 그들의 수장은 선수들이 상처를 치유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말한다. 상처를 주고 악화한 건 누구인가. 치유를 위해 도움을 줘야 하는 건 또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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