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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 "늦게 잠든 덕에 새벽 1시께 세계랭킹 1위 알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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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로 기자I 2019.03.05 22:21:32

"3번째 세계 1위, 이번엔 10주 이상 더 오래하고 싶어"
5일 필리핀에서 솔레어리조트와 두 번째 후원 계약식
"ANA 인스퍼레이션 우승이 목표, 호수에 빠지고 싶어"
"매 대회 응원하는 팬 고마워, 이젠 없으면 허전할 것"

박성현이 5일 필리핀 마닐라 솔레어 리조트에서 열린 필리핀 기업 블룸베리 리조트앤호텔과의 후원 계약식에서 환하게 웃으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박준석 프리랜서 사진기자)
[마닐라(필리핀)=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어젯밤 잠을 늦게 잤는데, 새벽 1시께 SNS에 ‘축하합니다’라는 팬들의 댓글이 계속 올라와 혹시나 하는 생각에 LPGA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더니 세계랭킹 1위가 된 걸 알았다.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서 웃음이 났다.”

3일 싱가포르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 시즌 첫 승을 거둔 박성현은 하루 뒤 발표된 여자골프 세계랭킹에서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을 제치고 4개월 만에 1위를 되찾았다. 2017년 11월 처음 세계랭킹 1위에 오른 박성현은 지난해 8월 두 번째 1위 자리에 올랐다가 다시 2위로 내려왔다. 이번 등극으로 3번째 1위가 됐다.

세계랭킹 1위가 된 박성현은 5일 필리핀 마닐라 솔레어 리조트에서 새 후원사 블룸베리 리조트앤호텔과 두 번째 계약식을 했다. 지난 2월 국내에서 박성현과 공식 계약식을 했던 블룸베리 리조트앤호텔은 이날 현지 언론 앞에서 또 한번 계약식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박성현은 4개월 만에 되찾은 세계랭킹 1위 소감과 각오를 밝혔다.

다시 1위를 되찾은 박성현은 “이번에는 조금 더 오래하고 싶다”며 “(두 번째 1위가 됐던) 그때 10주를 했는데, 이번에는 10주를 넘겨 더 오래 머물고 싶다”고 소감과 함께 쭈타누깐과의 경쟁에서 쉽게 밀리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

박성현은 세계랭킹 1위 탈환을 예고하듯 시즌 첫 대회 출전부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2월 태국에서 열린 혼다 타일랜드 대회에서 시즌 첫 출전을 앞두고 “감이 좋다”고 말했다. 자신감은 성적으로 이어졌다. 혼다 타일랜드에서 공동 21위에 그쳤지만, 두 번째 대회인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우승했다.

박성현은 “혼다 타일랜드 대회 때도 느낌은 좋았다. 단지 경기 감각이 떨어져 있다 보니 성적이 나지 않았다”며 “그렇지만 싱가포르로 이동해서는 태국에서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았고, 퍼트감도 좋아 기대가 컸다”고 말했다.

기분 좋은 예감은 그대로 적중했다. 박성현은 HSBC 위민스 챔피언십 마지막 날 8언더파를 몰아치는 무서운 뒷심으로 짜릿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감각이 올라오는 걸 느꼈고, 마지막 라운드 때는 1~3라운드 때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경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시즌 첫 승에 이어 세계랭킹 1위까지 되찾은 박성현의 자신감은 더 높아졌다. 이번 시즌 메이저 대회 포함 5승을 목표로 내건 박성현은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시즌 첫 메이저 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을 정조준했다. 박성현은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매번 우승권에 있었음에도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며 “작년보다 훨씬 좋은 감으로 시즌을 시작한 만큼 그 대회에서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우승을 노렸다. 이어 “우승 뒤 호수에 빠지는 세리머니를 하는 선수들을 보면 부러웠다”고 우승하고 싶은 이유도 덧붙였다.

LPGA 투어 3년 차를 맞은 박성현은 모든 면에서 탄탄해졌다. 특히 약점으로 평가받았던 쇼트게임도 눈에 띄게 향상됐다. 박성현은 그 이유를 “부담을 덜어낸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2년 전 미국에 가면서 바뀐 잔디와 환경 등이 부담으로 다가왔고 그러면서 쇼트게임에서 자신감이 떨어졌었다”며 “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되든 안 되든 부담을 내려놓고 경기해보자’라고 생각했고 그 이후부터 기술적으로 크게 바뀐 게 없었음에도 자신감이 생겼고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은 숙제도 있다. 완벽한 게 아니고 배워보고 싶은 샷도 있다”며 “PGA 선수들처럼 어려운 라이에서도 스핀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싶어 동영상을 보면서 배워보려고 했지만, 남자들의 힘 때문인지 아니면 기술적인 차이인지 모르겠지만,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박성현은 6일부터 필리핀 마닐라 더컨트리클럽에서 열리는 필리핀여자프로골프투어 겸 대만여자프로골프투어 더컨트리클럽 레이디스 인비테이셔널에 초청 선수로 출전한다. 이 대회는 총상금 1억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경쟁을 해보지 않은 다른 선수들과 경기하는 만큼 여유를 부리지는 않았다. 박성현은 “우승하고 곧바로 필리핀에 와서 그런지 사실 부담도 있다”면서 “어제와 오늘 연습라운드를 해보니 생각보다 실력이 좋은 선수가 많았다. 게다가 오늘은 공도 잘 안 맞아서 프로암이 끝난 뒤 남아서 연습도 했다”고 겸손해했다.

박성현에게 필리핀은 남다른 의미의 장소다. 그는 “20살이 될 때까지 겨울마다 필리핀에 와서 전지훈련을 했다”며 “마닐라 공항에 도착했을 때 고향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훈련하면서 엄마와 함께 다녔던 커피숍 등이 그대로 있는 게 옛날 생각도 많이 났다”고 7년 전의 추억을 더듬었다. 이어 그는 “골프의 반은 필리핀에서 연습했던 만큼 내겐 정겨운 곳이다”라고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이날 계약식 현장엔 한국에서 온 30여 명의 팬들이 함께 해 박성현에 힘을 불어 넣었다. 박성현은 “이제는 팬들이 없으면 허전할 것 같다”며 “성적이 좋지 않을 때는 조용히 응원하다가 경기력이 올라오면 더 크게 응원해주시는 덕분에 굉장히 힘이 된다”고 멀리까지 응원온 팬들에게 고마워했다.

박성현이 5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후원 계약식이 끝난 뒤 팬클럽 회원들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박준석 프리랜서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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