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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출신의 ‘3쿠션 천재’ 다비드 마르티네스(32·크라운해태)가 프로당구 PBA를 통해 ‘코리안 드림’을 이뤘다.
마르티네스는 지난 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5 PBA-LPBA 하나카드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강동궁(SK렌터카)을 세트스코어 4-2(9-15 9-15 15-12 15-12 15-6 15-7)로 꺾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로써 마르티네스는 2023~24시즌 4차전(에스와이 PBA-LPBA 챔피언십) 이후 301일 만에 통산 5번째 우승을 이뤘다.
통산 8회 우승 기록을 세운 프레드릭 쿠드롱(벨기에·8회)에 이어 조재호(NH농협카드)와 나란히 최다 우승 공동 2위에 올랐다. 우승 상금 1억원을 더하면서 통산 상금(6억 9500만원)도 7억원을 눈앞에 뒀다.
마르티네스는 ‘3쿠션 강국’ 스페인에서 엘리트 코스를 착실히 밟았다. 19살이던 2010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공동 3위에 오르며 국제무대에 차츰 이름을 알렸고 2017년 스페인선수권대회에선 ‘대선배’ 다니엘 산체스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전도유망했던 신예였던 마르티네스는 2019년 과감히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다른 스페인 3총사와 함께 새로 출범하는 PBA에 도전장을 던졌다. 사방에서 만류했지만 그의 결심은 뚜렷했다.
PBA가 출범한 2019년 다른 스페인 3총사와 함께 과감하게 도전장을 냈다. 세계캐롬연맹에서 그를 제명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지만 이 역시 그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마르티네스의 모험은 대성공이었다. 그는 PBA 첫 시즌인 2019~20시즌 5차 대회인 메디힐 PBA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시즌 랭킹 포인트와 상금 랭킹 모두 1위를 휩쓸었다.
이후에도 2020~21시즌을 제외하고 매 시즌 우승을 한 차례씩 이루면서 최강자로 군림했다. 어느덧 우승 횟수를 5회로 늘려 최다 우승 공동 2위에 어깨를 나란히 했다.
마르티네스에게 고비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2020~21시즌은 그에게 흑역사였다. 시즌 랭킹 포인트는 72위, 상금 랭킹은 73위였다. 코로나19 팬더믹 여파로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한 탓이 컸다. 순위대로라면 상위 70명까지 주어지는 1부 시드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우승자 자격으로 간신히 1부 투어에 잔류할 수 있었다.
마르티네스는 당시를 떠올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는 “트로피를 얻는 것은 항상 기쁜 일이지만 그러지 못할 때는 더욱 어려운 생활이 지속된다”며 “성적이 저조할 때는 한 달이 넘는 기간에 2경기만 치를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털어놓았다.
지금은 그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PBA 진출 초반에 다소 기복 있는 모습을 보였던 것과는 달리 지금은 항상 안정된 모습을 유지한다. 특히 고비마다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한다.
마르티네스는 강동궁과 결승에서 1, 2세트를 먼저 내주고 3세트부터 내리 4개 세트를 따내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특히 4세트 막판 두 이닝부터 5, 6세트에 걸쳐 무려 12개 이닝 연속 득점을 올리는 놀라운 뒷심을 뽐냈다. 그 중 10개 이닝에서 3득점 이상 빅이닝을 만들었다.
마르티네스도 본인의 경기력에 만족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분이 들어온 것 아니냐’라는 질문에 활짝 웃었다. 그는 “정말 그분이 오신 것 같다”면서 “이번 대회 내내 나름 만족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성장하고 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마르티네스는 앞으로 3차례 더 우승하면 쿠드롱이 보유한 최다 우승 기록(8회)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쉽지는 않지만 올 시즌 내 기록 수립도 불가능하지 않다.
마르티네스도 야망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최다 우승 달성이)이번 시즌이 될 수도 있고 다음 시즌이 될 수도 있지만 내가 바라는 것은 ‘한 번만 더 하자’다”며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그 기록도 넘어설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