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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하고도 웃지 못한 윤이나 “물 뿌려준 동료들 진심으로 감사해”

주미희 기자I 2024.08.04 17:35:03

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우승

축하 물 세례 받는 윤이나(사진=KLPGA 제공)
[제주=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윤이나(21)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총상금 10억원)에서 우승한 뒤에도 기쁨을 만끽하지 못했다. 2년 전 오구 플레이 늑장 신고로 징계를 받은 자신의 잘못이 떠올라서다.

윤이나는 4일 제주 제주시의 블랙스톤 제주 골프장(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합계 14언더파 274타로 정상에 올랐다.

2022년 7월 에버콜라겐 퀸즈 크라운에서 KLPGA 투어 첫 우승을 한 이후 2년 1개월 만에 거둔 통산 2승이다.

아울러 오구 플레이 늑장 신고로 징계를 받고 복귀한 뒤 거둔 첫 우승이다.

윤이나는 우승 후 공식 인터뷰에서 어두운 얼굴로 “다시 골프를 할 수 있을지도 몰랐는데, 우승 퍼트를 맞이한 순간 뭐라고 표현하지 못할 만큼 많은 생각이 지나갔다. 10cm도 안 되는 짧은 퍼트였지만 그 순간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윤이나는 2022년 6월 DB그룹 한국여자오픈에서 오구 플레이를 알고도 경기를 진행한 사실이 드러나 대한골프협회와 KLPGA로부터 3년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후 징계가 1년 6개월로 경감돼 올 시즌 4월부터 KLPGA 투어에 복귀할 수 있었다.

그는 “누군가는 짧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저에게는 굉장히 길게 느껴졌다.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인생에 대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변에서 엇나가지 않고 바른 길로 갈 수 있게 해주셨다. 옆에서 많이 응원해주셨고 계속해서 사랑해주셨다. 그 덕분에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윤이나는 “제가 잘못을 한 이후 거의 3개월 동안 집 밖에 나가지 못했다. 그때 부모님과 함께 보낸 시간이 많았다. 부모님이 ‘인생은 새옹지마’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 말씀이 저에게는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 대회 전까지 14개 대회에서 톱10에 7번이나 올랐고 그중 준우승을 3번이나 기록할 정도로 투어에 빠르게 적응한 윤이나는 “올해 우승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고 했다.

(사진=KLPGA 제공)
윤이나는 “저에게는 복귀가 가장 큰 선물이었다. 그걸로 ‘다시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며 “지금 매 순간 감사하면서 경기하고 있다. 앞으로 목표는 지금처럼 건강하고 즐기면서 골프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미래에 골프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포부도 덧붙였다.

처음 윤이나의 복귀가 결정됐을 때, 크게 반대한 것은 동료 선수들이었다. 당연한 일이다. 프로골프 선수가 골프의 기본인 ‘에티켓’을 어겼고 징계마저 줄여줬으니 선수들 입장에서 이것이 좋게 보일 리 없었다. 윤이나가 복귀했을 때 초반에는 싸늘한 태도를 보인 선수들도 많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같은 반응도 누그러진 모양새다. 윤이나는 “다른 선수분들이 조금 더 반갑게 인사를 받아주시고 ‘수고했다, 잘했다’고 해주시기도 한다. 앞으로 계속 선수들한테 조금 더 밝게 인사하고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서 계속해서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윤이나가 18번홀에서 우승 퍼트를 넣자 방신실, 유해란, 한진선, 강채연, 박혜준 등 동료 선수들이 물을 뿌려주며 축하하기도 했다.

윤이나는 “동료들이 물을 뿌려줘서 너무 감사하다. 축하의 의미인 것 같아서 진심으로 감사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승 상금으로 받은 1억 8000만원은 부모님께 드리고 싶다고 했다. 윤이나는 “부모님이 없었다면 못 버텼을 것이다. 부모님은 제가 벌어온 돈이라고 한 푼도 못 쓰신다. 이 상금은 부모님께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KLPG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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