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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훈쇼', 4개월만의 폐지 '왜?'

양승준 기자I 2009.03.26 13:10:47
▲ KBS 2TV '박중훈쇼 대한민국 일요일 밤'

[이데일리 SPN 양승준기자] KBS 2TV ‘박중훈쇼 대한민국 일요일 밤’(이하 박중훈쇼)이 MC 박중훈의 자진 하차로 다음 달 19일 폐지된다.

26일 KBS에 따르면 프로그램 봄 개편을 앞두고 냉담해진 시청자 반응을 끌어올리기 위해 단독 MC 체제에서 3~4명의 보조 MC를 두는 체제로 전환하자는 제작진의 제안을 박중훈이 고사했기 때문이다.

‘박중훈쇼’는 평소 입담 좋기로 유명한 박중훈이 데뷔 23년 만에 첫 토크쇼 MC를 맡아 방송 전부터 시청자들의 기대를 모았으나 구랍 14일 첫 방송 후 프로그램의 정체성 논란과 박중훈의 어색한 진행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며 고전해 왔다.

시청률도 기대 이하였다. 장동건, 김태희, 정우성, 김혜수 등 톱스타들의 출연에도 ‘박중훈쇼’ 평균 시청률은 8%대에 못 미쳤다. 장동건과 최진영이 출연한 1,2회 방송은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순항하는 듯 했지만 소위 말하는 ‘게스트발’은 여기까지였다. 시청자들은 톱스타들의 출연에도 프로그램이 “재미가 없다”며 ‘박중훈쇼’를 외면했다.

▲ KBS 2TV '박중훈쇼 대한민국 일요일 밤'

‘박중훈쇼’의 이같은 추락은 프로그램의 정체성 문제와 특색 없는 질문, 박중훈의 진행 능력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토크쇼의 ‘재미’는 명확한 방송 콘셉트와 질문의 신선함 등으로 좌우된다. 하지만 ‘박중훈쇼’는 연예인과 일반인 때로는 정치인들까지 게스트로 초대해 시사 프로그램과 예능 프로그램 사이의 '회색길'을 걸었다.

‘박중훈쇼’는 제작 초기 기존 토크쇼와 차별화를 위해 연예인들의 신변잡기를 다룬 토크쇼가 아닌, 사회와 이슈 그리고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신개념 토크쇼를 표방했다. ‘재미’와 ‘의미’를 함께 찾겠다는 것이 제작진의 기획의도였지만 이 같은 노력은 프로그램에 잘 묻어나지 않았다.

질문의 ‘특색없음’도 문제였다. 일부 시청자들은 프로그램 시청자 게시판에 "게스트와 토크 내용이 프로그램의 핵심일 텐데 전형화된 질문만 하는 것 같다"며 "질문 내용에 좀 더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 KBS 2TV '박중훈쇼 대한민국 일요일 밤'


기존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보여준 박중훈만의 편안한 입담을 '박중훈쇼'에서는 좀처럼 찾아 볼 수 없었다는 것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프로그램이 예능이 아닌 시사교양프로그램으로 분류 돼 있긴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연예인들이 주로 출연하는 프로그램이고 또 연예인이 진행하는 토크쇼인만큼 좀 더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는 ‘토크쇼’가 적합하다 볼 수 있다.

개그우먼 김미화가 시사프로그램인 MBC 라디오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을 인기 프로그램 반열에 올려 놓은 이유도 어려운 시사 문제를 좀 더 청취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친근하고 쉽게 풀었다는 데 있었다. 하지만 정통 시사교양프로그램도 아닌 ‘박중훈쇼’에서 그의 진행은 너무 힘이 들어갔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박중훈은 지난 1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토크쇼는 호스트의 장악력이 아니라 게스트가 빛이 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좋은 질문에 나쁜 대답이 나오는 것 보다 나쁜 질문에도 좋은 대답을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한데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 내도록 앞으로 좀 더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자진 하차로 그 결과는 결국 ‘미완’으로 남게 됐다.

이영돈 KBS 기획제작국장은 ‘박중훈쇼’ 폐지 원인에 대해 프로그램 기획 의도가 시청자들의 입맛과 잘 맞지 않았던 탓을 들었다.

이 국장은 “기존 예능식 토크쇼를 벗어나 원맨 MC의 퍼스널리티(개성)가 강조되는 정통 토크쇼를 만들어 보고자 했는데 트렌드상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며 “다인 MC로 이뤄진 예능식 토크쇼에 익숙한 시청자들이 지루함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국장은 “요즘 일부 예능 토크쇼처럼 자막과 CG없이 사람들의 이야기에만 집중하게 한 것은 ‘박중훈쇼’의 의미있는 시도라고 생각한다”며 나름대로 의미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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